1924년 창단된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야구부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문이다. 경북고와 함께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스타의 산실’이었다. 육군 야구부 창설 멤버이자 홍익대 야구부 창단 감독을 지냈던 강태환, 대한야구협회장을 맡았던 고익동 등 한국야구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원로들을 비롯해 청보와 태평양에서 프로 감독을 맡았던 강태정, 삼성 태평양 사령탑을 지낸 정동진, 삼성 롯데 지휘봉을 잡았던 우용득 전 감독 등이 모두 대구상고 출신이다. 강태환-태정은 친형제.
프로야구 현장에도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과 삼성 양준혁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동문들이 많다. 49회 졸업생인 김시진 감독은 고교 3학년이던 76년 대통령배 준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김 감독의 2년 선배인 장효조 삼성 코치가 현역 멤버 중에선 제일 맏형. SK 이만수 수석코치가 김 감독의 1년 후배로 50회 졸업생이다. 이 코치는 고교 시절 동문 선배인 정동진 감독의 지도를 받았는데 이때 지금도 가끔 회자되는 ‘이만수의 감독 구타 사건’이 벌어졌다. 이만수가 2학년이던 1976년 어느 날, 선수들의 나태함을 꾸짖던 정 감독은 “모든 게 내 잘못이다. 나를 매질하라”고 명령했고 어쩔 수 없이 이만수가 선수 대표로 10대를 때리고 펑펑 울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명포수 이만수 탄생’에는 정 감독의 조련이 결정적 힘이 됐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구상고 동문 중 현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수는 81년 졸업한 53회. 롯데 이강돈 코치, 히어로즈 김성갑, 김용국 코치, 한화 이종두 수석코치가 모두 동기생이다. 한 기수에서 나란히 4명이나 코치로 일하는 건 보기 드문 일로 이들은 프로야구를 주름잡는 ‘81학번 지도자’ 멤버들이다.
천안북일고 사령탑인 ‘악바리’ 이정훈 감독이 55회, 83년 졸업생이다. 두산에서 은퇴한 뒤 소프트뱅크 연수길에 들어선 전상열(63회), 삼성 전병호 투수코치(64회) 등도 모두 동문. 현역 선수 중에는 삼성 양준혁이 대표적이다. 1969년생인 양준혁은 전상열보다 3년 선배로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롯데 박기혁 강영식, 삼성 안지만, 두산 용덕한, 히어로즈 이정호 등이 현역에서 활약하는 대구상고맨. 대구상고 야구부 동문들은 2008년 12월 일반 동문들과 함께 ‘대상야구사랑회(DBL)’를 결성,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친목을 도모함은 물론이고 재정적으로도 모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대상인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