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 그냥 쳤다면 기록은 인정
“지(자기)가 잘못해놓고 괜한 사람 고자질했다고 투덜대고 있어.”
한화 한대화 감독은 28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전날 한상훈이 벌인 배트 해프닝을 얘기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상훈은 팀동료 카림 가르시아가 선물해준 배트로 타격을 하려고 했지만, 상대포수 심광호가 주심에게 “비공인 배트”라고 어필하면서 다른 배트를 사용해야만 했다. 문제의 배트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공인된 배트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인마크가 없는 ‘American's bat’였다.
한 감독은 지나가던 이양기를 불러 “어차피 못 쓰는 배트니까 가르시아 사인이나 받아서 감독실에나 갖다 놔”라며 웃었다. 그 순간 마침 심광호가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오자 한 감독은 “넌 치사하게 그걸 심판한테 일러 바치냐? 상훈이가 마음 상해서 어제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잖아”라며 몰아붙였다. 심광호는 겸연쩍은 표정을 짓더니 “제가 예전에 그 배트를 쓰려다 비공인이라서 못 썼거든요. 상훈이한테 좋은 배트 하나 선물해줄게요”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실제로 심광호는 자신의 배트를 한 자루 골라 한화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하게 지내던 후배 한상훈에게 선물했다.
야구규칙 1.10(C)의 [부기]를 보면 ‘심판원은 타자가 사용한 방망이가 규정에 어긋났다는 사실을 타격 중 또는 타격 종료 후에 발견하더라도 타자에게 아웃을 선고하거나 타자를 경기에서 제외하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설명돼 있다. 전날 주심을 본 박종철 심판위원은 “압축배트 등 부정배트가 아니라 단순히 비공인 배트이기 때문에 타격이 이루어지면 규칙에 따라 그대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 |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