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후보]양궁 김수녕 "'독사' 괜한 별명 아니야"

  • 입력 2000년 8월 18일 20시 55분


양궁은 높이를 다투지도 않고 신체적인 접촉도 전혀 없는 정적인 스포츠다.그래서 흔히 양궁은 신체와는 거의 상관없는 경기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양궁선수에게 신체적 조건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한마디로 양궁은 신장이 크고 파워풀한 선수들에게 유리한 경기다.키가 크면 당연히 팔이 길고,팔이 길면 활을 더 많이 뒤로 당길 수가 있다.또 힘이 좋으면 좀더 가벼운 활로 쉽게 쏠 수 있다.비교적 가벼운 37,38 파운드짜리 활을 사용하는 장신선수와 같이 스피디하고 정확하게 쏘기 위해 단신선수는 40파운드가 넘는 활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양궁은 서양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기다.하지만 한국이 20년이 넘게 세계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그 이유는 뭘까.바로 정신이 지배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김수녕은 정신력이 강하다.게임을 즐길 줄 아는 대담성도 있다.게다가 치밀하다.12발을 쏜다고 할때 김수녕이 9점,상대선수가 8점을 쐈다고 하자.대부분 다른 선수들은 ‘1점차니까 이제부턴 점수를 벌려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할것이다.하지만 김수녕은 ‘앞으로 이 선수하고 똑같이 동점으로 쏜다면 내가 1점차로 이긴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승부에 강하다.‘독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정신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근본은 기술이다.양궁은 활을 당기는 능력과 풀어주는 능력이 좋아야 한다.김수녕은 이 두가지 면에서 ‘교과서’같은 자세를 갖고 있다.당길 때 견갑골(어깨 뒤쪽을 감싸는 뼈)과 어깨를 이상적으로 이용한다.특히 지지대 역할을 하는 왼팔의 안정성은 최대강점.대표팀 오선택코치는 “활을 쏘기 전과 쏜 뒤 왼팔의 흔들림이 전혀 없다.활을 떠받치고 있는 왼팔 힘의 안배가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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