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이 불긴 했지만 평소 순간최대초속 20m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활을 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그 영향 때문이었을까. 예선라운드에 나선 한국 여자양궁팀은 평소 실력을 그대로 발휘해 다른 팀 선수들의 기를 꺾었다. 70m에서 1인당 36발씩 2차례에 걸쳐 쏘는 예선라운드에서 김수녕(예천군청)은 72발 가운데 무려 33발을 10점 과녁에 꽂았다. 총 671점으로 64명의 참가선수 가운데 당당히 1위.
이탈리아의 발리바(667점)에 이어 김남순(인천시청)과 막내 윤미진(경기체고)이 각각 662점과 661점으로 나란히 3, 4위를 차지해 한국의 독무대를 이뤘다. 이날 한국여자선수 3명의 점수를 합하면 1994점. 96년 애틀랜타에서 한국이 세운 1984점을 자체 경신하는 여자단체전 세계신기록이었다. 아울러 시드니올림픽 대회 첫 세계신기록.
오후엔 한국 남자팀의 차례. 장용호(예천군청)―오교문(인천제철)―김청태(울산남구청) 트리오는 각각 665점, 660점, 655점을 쏴 1, 2, 3위를 모조리 휩쓸었다. 단체전 역시 1980점으로 1위. 이로써 한국은 시드배정을 하는 예선라운드에서 남녀 6명의 선수가 모두 4위 이내에 진입해 최소한 4강 이전까진 한국선수들끼리 맞붙는 상황을 피하게 돼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처럼 예선라운드에서 남녀 모두 4위 안에 든 것은 사상 처음으로 동반 금메달에 청신호를 울렸다.
여자팀의 장영술코치는 “우려했던 바람이 오전엔 잠잠해서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다. 세계신기록보다는 메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별로 들떠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의 유일한 출전선수인 최옥실(압록강)은 649점으로 7위를 차지해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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