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한 통신업체의 광고 문안 중 하나. 그만큼 라이벌의 존재는 승부욕을 부추기고 자극제가 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올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개최국 호주의 원주민 출신 육상 영웅 캐시 프리먼(27·호주)은 맥이 풀릴 수밖에 없다. 육상 여자 400m에서 맞붙게 된 숙적 마리 호세 페렉(32·프랑스)이 21일 돌연 ‘야반도주’했기 때문.
선수촌에서 피터 포춘 코치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들은 프리먼의 첫 반응은 “실망스럽다”는 것. 설욕의 좋은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린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프리먼과 페렉의 올림픽 첫 대결은 4년전 96애틀랜타. 페렉은 프리먼을 따돌리고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 후 프리먼은 97년과 99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비롯해 최근 2년간 42개 대회에서 41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전성기를 달렸다.
‘안방’에서 열리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페렉의 3연패 저지와 올림픽 금메달을 별렀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프리먼은 모든 게 잘풀렸다. 개회식에서는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영광까지 안았다.
22일까지 선수촌에 배달된 20만통의 팬레터 가운데 그녀 앞으로 보내진 편지는 2만5000통으로 단연 1위. 최고 인기를 누린 프리먼은 스타팅 라인에 서보기도 전에 ‘눈엣가시’인 페렉이 스스로 사라지는 행운 아닌 행운까지 누렸다.
평소 페렉의 존재가 경쟁력을 키우는데 원동력이었다고 말한 프리먼. 페렉이 이길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백기’를 내걸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진정한 승자를 가릴 기회가 사라져 아쉽지만 그녀가 있든 없든 최선을 다해 금메달에 도전할 뿐”이라는 게 프리먼의 ‘출사표’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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