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육상]“프리먼…프리먼” 호주인들 열광

  • 입력 2000년 9월 25일 23시 56분


시드니 중심가 달링하버에 위치한 툼바롱 공원에는 올림픽 기간 중 ‘올림픽 라이브 사이트’가 설치됐다. 보통 때라면 시민들은 이곳 넓은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대형 TV를 통해 올림픽 경기를 즐긴다. 그러나 25일 저녁은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이내 떠나갈 듯한 환호가 울려 퍼졌다.

바로 육상 여자 400m 결승에 출전한 원주민 출신 호주대표 캐시 프리먼(27)의 경기 장면이 중계됐기 때문이다.

프리먼의 경기가 벌어지는 육상 400m 결승과 예선전 티켓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고, 암표마저도 ‘조기 매진’됐을 정도로 호주인들이 프리먼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으로는 처음으로 호주 국가대표가 된 프리먼은 ‘원주민의 희망’으로 불렸던 선수.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우승할 때마다 호주 국기와 애보리진 기를 함께 들고 나와 호주 정부의 원주민 차별 정책에 항의해왔다. 이날도 프리먼은 경기를 마치고 두개의 기를 묶어 들고 트랙을 돌았다.

시드니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 원주민 운동가들은 프리먼에게 호주 정부에 반대해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프리먼은 “정치적 이유로 올림픽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며 그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제 프리먼은 애보리진뿐만 아니라 호주 국민 전체의 영웅이 됐다.

<시드니〓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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