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체조]비운의 스타 여홍철, 한많은 은퇴

  • 입력 2000년 9월 17일 18시 37분


“후배들을 위해 정말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던 그의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

‘비운의 뜀틀황제’ 여홍철(29·대산기업).

그는 체조 도마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힌 선수였다. 그의 뛰어난 기량을 인정한 국제체조연맹(FIG)에선 여홍철이 개발한 ‘공중세바퀴 돌면서 비틀어 내리기’ 기술을 ‘여(YEO)’라고 명명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겐 항상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세계정상급 기술을 구사하면서도 착지 실수로 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에 그치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맴돌았다.

그는 이번 시드니올림픽을 선수생활의 마지막 기회로 삼았다.

여홍철은 체조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종합순위 8위를 차지, 4위까지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한 뒤 협회 추천으로 가까스로 대표선수로 선발됐었다. 성적대로라면 5위가 추천으로 뽑혀야 하지만 협회는 기량이 검증된 여홍철을 선택했다.

조금은 떳떳하지 못한 올림픽 출전. 그러기에 더욱 금메달이 필요했지만 여홍철은 16일 뜀틀예선에서 11위를 차지,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자신의 장기인 ‘여2(손짚고 앞돌아 몸펴 앞공중 한바퀴 돌며 두바퀴반 비틀기)’기술을 구사했지만 또다시 착지가 문제였다.

여홍철은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국가대표를 그만두고 소속팀을 위해서만 1년 정도 선수로 뛸 것”이라며 태극마크 반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끝내 시상대 가장 맨 위에 자리하지 못한 아쉬움만은 반납할 수가 없었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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