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위 결정전이 벌어지기 5분 전까지 굳은 표정으로 서성거리는 이상기의 등을 대표팀 김헌수 감독이 도닥거렸다.
“우리가 그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메달을 놓칠 리 없다. 메달을 못 따면 선수 책임이 아니라 내 책임이다. 너는 부담없이 경기에 나서기만 하면 된다.”
20여분 후. 이상기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감싸안았다. 펜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감격에 이상기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상기는 3,4위전에서 스위스의 마르셀 피셔를 15―14, 극적으로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4―11로 앞서던 이상기는 피셔에게 허무하게 내리 3점을 뺏겨 동점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14―14에서 두 선수는 동시에 상대를 찔러 득점 없이 다시 동점. 선전하고도 마지막에 무너진 준결승의 악몽이 되살아나려는 순간, 이상기는 힘차게 칼을 찔러들어갔고, 득점을 알리는 초록색 등이 켜졌다. 신문 방송의 인터뷰를 정신없이 마친 뒤 라커룸으로 돌아간 이상기는 맨 먼저 서울 집으로 전화를 돌렸다.
“아빠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고 싶어서 하루종일 TV앞에 앉아있었어요.”
열 살 난 아들 준호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넘어오자 그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시드니〓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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