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북한 선수단도 마찬가지.어디서 만나든 여유있고 당당하다.
남북선수들이 처음으로 합동훈련을 한 양궁경기장에서 북한 김종남코치와 최옥실은 항상 한국대표팀 옆에 장비를 내리고 함께 훈련을 했다.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은 전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
특히 김코치는 휴식시간이면 한국 코칭스태프와 담배를 나눠 피우는 등 다정함을 보였고 박지원문화관광부장관이 양궁장을 방문한 16일엔 이상철단장의 초대에 스스럼없이 다가와 박장관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김코치는 “요샌 (남한선수들에게) 접근하라,말라 특별히 그런 얘기를 안한다”고 말했다.
선수촌에서 본 북한 선수들의 모습도 여유가 있었다.올림픽기간중인데도 저녁에 틈이 나면 볼링 당구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습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다를 바 없었다.승부욕이 강한 북한체조의 배길수는 당구 게임에서 지자 웃통까지 벗어제치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식당 등에서 한국코치 선수들과 맞부딪힐때도 활짝 웃으며 먼저 인사를 했다.
한국복싱의 김기석(라이트플라이급)은 “북한 선수들이 처음엔 임원 코치 등 어른들에게만 인사를 했는데 낯이 익은 지금은 선수들에게도 깎듯이 인사를 하고 친절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자단에 대한 태도도 유순해 졌다.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북한선수단은 한국기자들의 취재세례에 “당신네들은 예의도 없냐”며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하지만 시드니에선 기자들의 묻는 말에도 꼬박 꼬박 답해주고 있고 사진취재 요청도 거부하지 않는다.북한의 장 웅 IOC위원은 친절한 매너 때문에 한국기자단 사이에서 ‘젠틀맨’이라고 통한다.
북한선수단의 여유와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시간에 졌어요" 울어버린 사격 송지영
17일 열린 시드니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본선 4차 시리즈.
한국의 송지영(18·경기체고)이 첫 격발을 하고 난 직후 장내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남은 시간은 10분입니다.”
송지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주위를 돌아보니 이미 대부분의 선수가 본선 시리즈를 끝내고 남은 선수는 전체 45명중 불과 7, 8명뿐.
마음이 급해진 송지영은 쫓기듯 나머지 아홉 번의 방아쇠를 당겼고 탄알은 표적 정 중앙을 자꾸만 빗나갔다. 본선합계 379점. 16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송지영은 이날 기분 좋은 출발을 했었다. 1차 시리즈에서 98점을 명중해 전체 1위. 그러나 너무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본선에 앞서 시사(연습사격)에서 무려 30발을 쏘아 제한시간 1시간30분 중 26분을 까먹었다. 1차 시리즈에서도 성적은 좋았지만 20분을 소비했다.
이후 시간에 쫓긴 송지영은 2차에서 94점, 3차에서 95점, 마지막 4차에서 92점으로 주저 앉았다.
경기 후 얼굴을 가슴에 파묻은 채 울먹이던 송지영이 독백하듯 말문을 열었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졌어요.”
<시드니〓김상수·배극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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