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어∼ 엄니.”
마라톤 경기도중 2위로 처져 달리던 이봉주(30·삼성)는 주경기장의 전광판에 나온 어머니의 애타게 응원하는 목소리를 듣고 힘을 내 막판 스퍼트로 선두를 제치고 1위로 골인한다.
이는 모기업의 이미지 광고 시리즈중 하나인 ‘이봉주편’에 나오는 장면. 과연 CF의 콘티대로 시드니올림픽에서 이런 극적인 모습이 연출될까.
이봉주의 어머니 공옥희씨(63)가 29일 아들이 올림픽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보기 위해 시드니에 도착했다.
공씨가 직접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인 삼성전자가 스폰서십을 맡고 있는 ‘선수가족초청행사(AFH)’에 초청됐기 때문. 공씨는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봐도 되는데 이렇게 먼 곳까지 초대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시드니에 도착한 공씨는 맏아들 이성주씨(39)와 함께 오후 내내 시내관광을 했다. 마라톤이 열릴 때까지는 주로 관광 스케줄이 예정돼 있다. 막내 이봉주와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만나지 않을 계획. 괜히 아들에게 부담을 줄까 봐서다.
공씨는 1일 마라톤 당일엔 올림픽파크내의 삼성 홍보관에서 TV로 경기를 보다가 선수들이 골인할 때쯤 스타디움으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다.
광고에서는 이봉주가 1위로 골인하자 어머니 공씨는 막내아들 봉주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안는다. “엄니, 나 이쁘쥬.” “그려 그려.”
관중석에 있는 어머니 모습에 힘을 얻은 이봉주가 과연 대망의 마라톤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 것인가.
이봉주 "30㎞까진 이악물고 따라붙어라"
“봉달아, 30㎞까지는 끝까지 따라붙어라. 떨어지면 끝이다.”
10월1일 벌어지는 시드니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황영조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올림픽 월계관에 도전하는 이봉주(30·삼성전자)에게 내려진 지상 명령이다. 물론 백승도(32·한국전력) 정남균(21·한국체대)에게도 똑같은 지시가 떨어졌다.
경기를 이틀 앞둔 29일 이들 한국 마라톤 ‘삼총사’는 올림픽 선수촌에서 조깅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그리고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들으며 긴장을 녹였다.
이들은 모두 1차 식이요법을 마치고 탄수화물을 집중 섭취하는 2차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이번 레이스의 코스는 이미 잘 알려져 있어 결국 날씨와 그 날의 컨디션이 승부의 열쇠가 될 전망.
▽끝까지 따라붙어라〓이번 참가 선수중 2시간 8분대 이내를 달리는 20여명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 모두가 우승 후보다. 이봉주는 “올림픽 우승은 실력도 있어야 되지만 운도 있어야 한다. 특정 선수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자칫 페이스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30㎞까지는 선두권을 끝까지 따라붙는 수밖에 없다는 것. 백승도와 정남균을 각각 지도하고 있는 최경렬, 김복주감독은 “뛰쳐나가는 선수를 놔두면 안된다. 30㎞까지는 끈질기게 따라붙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무더운 날씨가 변수〓29일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1도. 호주 기상대는 마라톤이 벌어지는 다음달 1일도 맑은 날씨가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마라톤 출발 시간인 오후 4시는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3시. 한마디로 출발 기온이 2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습도는 60% 정도로 괜찮다. 그만큼 초반에 스피드 경쟁이 일어나면 빨리 지친다. 결국 무더위와 난코스에 강한 스페인 포르투갈 선수들을 경계해야 한다. 마라톤 마지막 구간을 14분대에 달리는 ‘스퍼트의 화신’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핀토(34·2시간6분36초)와 스페인의 아벨 안톤(38·2시간7분57초) 등이 이봉주와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봉주 태극 머리띠는?〓96애틀랜타올림픽때부터 두른 태극 머리띠는 이번에도 두를 예정. 턱수염도 깎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는 애틀랜타올림픽때 두른 태극 머리띠를 이봉주가 직접 빨아 고이 준비해 두고 있다. 이봉주는 “머리띠 두르고 뛰는 선수는 전세계에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집중력이 강해져 좋다”고 말했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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