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면에서 러시아 체조의 간판스타 스베틀라나 코르키나(21)는 마치 ‘이단자’처럼 보인다. 1m64의 키는 체조선수 평균신장을 훨씬 웃돈다. 동료들과 나란히 서면 머리 하나는 더 크고 팔과 다리가 모두 길다. 인형처럼 정형화된 다른 선수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큰 키 때문에 시련도 많았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과 훈련으로 핸디캡을 장점으로 바꾸며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아기자기한 기술 대신 선이 굵고 원숙한 연기로 승부를 걸었던 것. 96애틀랜타올림픽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97년 세계선수권 2관왕을 비롯해 수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발목과 허리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으나 올 5월 유럽선수권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빼어난 외모는 체조장 밖에서도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몸매를 자랑하고 싶었던지 97년에는 토플리스 차림으로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러시아판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잡지모델과 영화출연 섭외도 쏟아졌다.
체조선수로는 ‘황혼’에 가까운 스무살을 넘긴 코르키나는 올림픽 고별 무대가 될 시드니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17일 열린 예선에서 단체 개인종합 뜀틀 이단평행봉 마루운동 등 5종목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이단평행봉에서는 예선 1위에 올라 올림픽 2연패에 청신호를 활짝 밝혔다. 개인종합에서도 39.005점으로 1위.
만약 그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면 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26세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네바 카슬라브 이후 처음으로 20대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단체전에서는 4년전 은메달에 그친 러시아를 정상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다. AP통신은 ‘너무 늙고 너무 큰 코르키나가 너무 완벽했다’고 보도했다.
“조국을 대표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크고 아름다운 러시아처럼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겠다.”
‘매트의 골리앗’ 코르키나는 과연 체조 여왕의 대관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인가.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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