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서는 낯익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배우 김태훈의 최근 필모그래피 속 ‘독립영화’들이다.
사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지 모른다. 저예산을 들여 만들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시선도 온당치 않다. 어차피 대중에게 선보일 목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무엇이든 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배우의 입장에서야 그런 구분과 시선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김태훈은 그렇게 말했다. 자신이 출연한 ‘독립영화’로 칸과 부산을 비롯해 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터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업영화’의 흥행이 가져다준 달콤함은 뿌리칠 수 없나보다. 김태훈은 영화 ‘아저씨’(감독 이정범·제작 오퍼스픽쳐스)가 이제 곧 가닿을 500만 관객 돌파의 테이프를 끊을 태세다.
침잠하듯 살아가던 한 남자(원빈)가 유일한 친구와도 같았던 이웃집 소녀(김새론)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아저씨’에서 김태훈은 ‘열혈’ 마약수사팀장 역을 연기했다. 극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또 다른 매개의 중요한 역할이다.
김태훈은 영화 흥행과 함께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관객에게)너무 감사하다”면서 “관객 숫자가 주는 차이가 엄청나다. 흥행작의 파워를 실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촬영 한 달 전 캐스팅돼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그는 “하지만 내겐 어떤 여지의 기회였고 다만, 내가 감독의 느낌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만 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그에게는 영화 ‘흥행의 단맛’을 넘어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배우로서 당연한 ‘희망’ 하나를 또 다시 실현한 기쁨이 더욱 커보였다.
그 ‘희망’의 끝은 없어서, 김태훈은 “단편영화든,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기회의 문제일 뿐이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봐주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의미, 좋게 봐주는 사람들로 인해 얻는 즐거움의 의미”를 모두 갖고 싶다고 했다.
미혼의 선한 인상을 지닌 그는 실제 ‘아저씨’. 오래 연애한 아내와 가정을 꾸리고 사는 그는 조만간 또 다른 영화와 드라마를 차기작으로 정할 계획이다. “꾸준히 달려서 10년 뒤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목표성 계획을 말하는 김태훈은 “나도 만족하고, 보는 사람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가 그 ‘무언가’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뒤 명문 극단 한양레퍼토리에서 연기의 감을 익힌 그는 “오랜 시간 뭔가를 해왔지만, 사실 뭘 했나 싶다”면서 “남의 것이 부럽지 않을 때가 되면 발전이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 ‘무언가’를 이룰 순간이 두렵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욕심많은 배우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