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떼어 버릴 때도 됐건만 여전히 그에게는 ‘갓난이’나 ‘영구’의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1980년대 초반 많은 인기를 끈 드라마 ‘갓난이’에서 야무진 성격의 영구를 연기해 국민적인 아역스타로 사랑받았던 김수용(34). 그는 이제 뮤지컬분야에서 주연만 도맡는 스타배우다.
김수용은 17일까지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에 무대에 오른 대형 창작뮤지컬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와의 결사항전을 주장하다 중국 선양으로 끌려가 참형을 당하는 ‘삼학사’ 중 오달제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은 정말 모처럼 배우 모두가 혼연일체가 됐던 작품이었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공연 기간 김수용은 오달제를 혼자서 감당했다. 두 명이 한 배역을 번갈아 맡는 ‘더블 캐스트’에 비교해 공연계에서 흔히 ‘원캐(원 캐스트)’라고 불리는 강행군이다.
“부담되죠. 사실 예전엔 ‘원캐’를 많이 했어요. ‘렌트’는 석 달 반, ‘뱃보이’도 거의 두 달을 혼자 했고. 그런데 한동안 더블 캐스트를 하다 보니 이번엔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공연하다 목 상태가 안 좋거나 아프면 큰일이잖아요. 연습할 때 한 일주일은 목을 아끼느라 소리도 못 냈죠.”
김수용은 2002년 ‘풋루스’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데뷔작부터 주연이었다. ‘아역스타 출신이라 특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란 생각은 오해이다. 오히려 아역 출신이란 이유로 첫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김수용은 “지금 생각해보면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건 당연한 일”이란다.
“제가 뭐 누구처럼 잘 생긴 것도 아니고, 틀이 썩 좋은 것도 아니고. 생짜 신인이면 신인으로 밀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아역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같은 또래들하고 섞어놓으면 어딘지 어려 보이고. 아역 출신이라는 건 연기자에게 ‘양날의 칼’ 같죠.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아요.”
8년간 뮤지컬 배우로 살면서 ‘그리스’,‘뱃보이’, ‘햄릿’, ‘헤드윅’,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많은 작품을 했지만 김수용에겐 작품, 특히 배역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출연빈도가 아니라 인물이 가진 ‘이야기’가 많은 배역을 선호한다. 그 스스로 “굉장히 파고드는 성격”이란다. 그러다보니 맡는 배역은 우울하고, 어둡고, 진지한 캐릭터가 많다.
“전 아직 연기하는 사람, ‘연기자’입니다. ‘배우’가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 백발이 희끗할 때, 사람들로부터 ‘김수용이는 진짜 배우야’라는 소리 듣는 게 소원입니다. 배우는 스스로 배우라고 불러서 되는 것이 아닌, 진정 고귀한 이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