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골프를 못하게 만드는 이 겨울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러던 나에게 지난달 반가운 소식이 전해왔다.
눈밭속에서도 개장을 하는 골프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있는 클럽700CC였다.
폭설속에 온천지가 하얀데 어떻게 라운딩이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나 하여 전화를 걸어 문의해 봤다.
페어웨이 눈은 아직 덜 치워져 있긴 하지만 라운딩을 위하여 그린과 티잉그라운드의 눈을 치우고 페어웨이 눈은 다져놓았으며 안전을 위하여 카트도로의 눈은 말끔히 치워놓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적지않게 실망했다.
‘명문’소리를 듣는 골프장이 그렇게 불비한 조건에서 개장을 해 돈을 벌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은 골프장 직원의 대답은 이런 나의 마음을 180도 돌려 놓았다.
골프장측도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라운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휴장할 계획으로 이미 예약을 한 회원들에게 연락을 했단다. 그런데 일부 회원이 “운동을 하고 싶은데 개장을 한 골프장이 없다. 코스 상태가 안좋아도 괜찮으니 문만 열어달라”고 했고 이런 회원들을 위해 골프장측은 전 임직원이 꼭두새벽부터 총동원돼 코스에 쌓인 눈을 치웠다는 것이다.
눈 위에서 라운딩하는 것도 색다를 것 같아서 지인들과 함께 클럽700CC을 찾았다.
티잉그라운드에 나서니 추운 날씨에 직원 한 명이 카메라를 들고 서있었다. 눈덮인 골프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이었다. 이어 캐디가 핫팩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고무티를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이쯤되니 나름대로 애쓰는 골프장측 배려가 절로 마음에 들어왔다.
물론 추운 날씨와 코스상태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는 안됐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따뜻한 탕에 몸을 담그니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가셔지는 듯 했다.
그린피를 내기 위해 프런트데스크로 가니 티오프때 찍었던 사진이 벌써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린피도 할인해주는 것이 아닌가.
스코어는 나빴지만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남 석 호(여주 고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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