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박세리는 한국에 있는 동안 무엇을 할까. 다른 사람들의 눈엔 귀국하자마자 골프장으로 직행해 연습할 것처럼 보인다. 외국 선수들은 짐을 풀자마자 연습부터 하니까. 그러나 박세리는 아니다. 정해진 일정을 빼고 최대한 자유시간을 즐긴다.
박세리도 팬들에게 멋진 샷,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반드시 우승만 하려는 과욕은 없다. 미 LPGA투어를 누비다 한국에 들어오면 박세리는 마음이 편하다. 이국 땅에서 살다가 고향을 찾은 때문. 그래서 국내 스케줄은 늘 일정하다. 공식일정은 딱 한 군데, 소속사인 삼성전자에 가 임원진을 만나는 일이다. 이 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먼저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단장한다. 그러고는 친구들과 어울려 시장을 돌아다니며 떡볶이를 먹고 쇼핑도 한다. 그런 뒤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평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가까운 사람들과의 술자리다. 물론 술도 마시지만 노래를 하고 싶어서다. 18번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요즘 유행하는 신곡은 도무지 부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술을 몇 시까지 마실지는 아무도 모른다. 박세리가 끝내는 시간이 하루 술자리의 끝이니까.
이런 뒤 시간이 남으면 가족이 있는 대전으로 내려가 엄마와 아빠, 언니, 동생 등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사람이 그리운 20대 처녀에게 고향이란 그런 곳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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