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사랑방]골퍼들의 지옥과 천당은 어떤 차이?

  • 입력 2001년 6월 29일 13시 58분


4명의 골퍼가 하늘나라로 갔다. 3명은 착한 골퍼였고 1명은 내기만 전문으로 하는 못된 골퍼. 갈림길에서 천당과 지옥은 각자 ‘골프장이 있다’고 유혹했다. 그래도 천당이 낫다고 생각한 착한 골퍼들과 달리 내기전문 골퍼는 지옥 쪽에 더 끌렸다. 코스가 환상적인데다 늘씬한 미녀 캐디가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전에 잡혀온 사람의 낯익은 얼굴도 보이고. 지옥으로 가자마자 골프웨어로 갈아입은 그는 얼른 티그라운드로 나섰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연습스윙을 끝내고 막상 티샷을 준비하는데 볼이 없었다. 골프볼을 달라고 하자 지옥사자가 하는 말.

“그러니까 지옥이지, 달리 지옥이겠느냐?” 내기전문 골퍼는 결국 코스만 바라보다 속병이 생겨 다시 죽었다나?

이처럼 하찮은 듯하면서도 귀한 것이 바로 골프볼이다. 그런데 이 볼이 전 세계적으로 1년에 5억 개, 미국에서만 3억 개씩 어디론가 사라진다. 러프나 해저드 등으로 날아 들어갔거나, 헌 볼이 되어 집 한구석에 처박혔거나, 가방 속 또는 서랍 속에서 잠을 자거나 할 것이다.

요즘은 이렇게 잠자던 골프볼이 골퍼 손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새롭게 코팅 처리한 뒤 재포장하기 때문에 중고품의 흔적을 찾기도 어렵다. 이를 위해 실수로 없어진 볼을 찾아 헤매는 직업도 생겼다. 플레이를 하지 않는 시간에 골프장 구석구석을 뒤지는 것이다. 이렇게 돌아오는 공이 전체의 약 75% 가량이다.

가장 비싼 볼은 1개에 1만 원이 넘는다. 공 1개가 없어지면 통닭 1마리가 날아가는 셈. 소중히 다룰 일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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