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스윙이나 퍼팅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정설. 하지만 프로골프계에는 ‘술 골프’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벌써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옛날이야기.
국내 최다승(42승)인 최상호(46·남서울CC·사진)가 프로에 데뷔한 지 몇 개월이 안 돼 열린 여주오픈(78년)에서의 일이다. 톱 랭커 한장상(54)이 선두를 기록하는 가운데 최상호는 3라운드까지 3타차로 2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최상호가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치면서 여주CC(파72) 코스레코드와 데일리베스트를 차지해 특별상금을 받았다. 한턱 내라는 선배들의 농담에 고무된 최상호는 남한강변에서 매운탕을 시켜놓고 동료들과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급기야 인사불성이 된 그는 선배 등에 업혀 숙소에 겨우 도착했던 것. 다음날 술도 채 깨지 않은 상태에서 최상호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때 나온 말이 바로 ‘술 잘 먹는 프로가 골프도 잘 친다’였다. 이 속설이 여전히 파워를 발휘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두주불사’형 프로들이 한국골프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장상에 이어 최윤수, 최상호, 박남신, 조철상, 신용진, 강욱순 등 상위 랭커들이 모두 대단한 술꾼들. 강욱순, 최광수, 최경주 같은 선수들도 절제하기는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스타일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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