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골프는 일의 중압감을 덜어준다. 좋은 스윙과 퍼팅을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라운딩을 할 때는 쌓인 일을 걱정하거나 고민할 틈이 없다. 골프를 하는 동안엔 골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둘째는 골프가 정치인들의 승부욕을 대리만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나는 천성적으로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고관들이나 영향력 있는 정치가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골프는 범인들의 골프와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매끄러운 스윙이 일품이었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남들의 시선을 피해 코스 중간쯤에서 게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8홀을 3시간 만에 도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웃고 농담하고 수시로 멀리건을 받으며 5시간 동안 자기 식대로 골프를 즐겼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라운딩할 때는 수백명의 경호원들이 뒤를 따랐다고 한다. 함께 라운딩을 했던 코미디언 봅 호프는 “경호원들이 짊어진 골프가방에 총이 가득 들어 있어 속임수를 쓰지 못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아이젠하워는 어느 대통령보다 골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백악관 안에서도 자주 골프클럽을 짊어지고 다녔으며, 백악관 남쪽 뜰을 롱아이언샷이 가능한 골프연습장으로 꾸몄다. 그는 1950~60년대 미국 내에 엄청난 골프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지도자들도 골프를 칠 때만큼은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던져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TV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본 게 꽤 오래됐다. 우리 대통령들은 언제쯤 그린을 찾아 ‘마음놓고’ 골프를 칠 수 있을까.
<주간동아>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