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으로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전종목석권을 노리던 한국은 9일 강서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전에서 예선 1,2위인 주장 김경호(인천계양구청)와 임동현(충북체고)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전날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빼앗긴 한국은 남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놓침으로써 82년 뉴델리대회 이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20년만에 처음으로 남녀 개인전에서 한명도 우승을 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날의 패배는 말그대로 충격이었다. 한국은 에이스인 김경호가 16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옐리세예프 맥심에게 161-162 한점차로 덜미를 잡히면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4강에 오른 임동현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으나 16세의 최연소 대표선수인 임동현은 약점인 경험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4강전에서 일본의 야마모토 히로시에게 108-110으로 패했다. 임동현은 3,4위전에서 중국의 천홍얀을 114-108로 누르고 간신히 동메달을 획득. 반면 양궁에서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았던 일본은 금,은메달을 독차지해 대조를 이뤘다.
안방에서 연속으로 망신을 당한 양궁계는 침통한 분위기. 개인전 금메달을 자신했던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충격에 휩싸였고 이날 남자팀을 열심히 응원하던 여자선수들도 침울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한국양궁이 연이틀 금메달을 놓친 것은 바뀐 경기방식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 64강전에 나서는 국가별 엔트리를 4명에서 2명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한국의 ‘인해전술’이 먹히지 않았다.
종전엔 기량이 엇비슷한 3,4명이 4강전에 올라 금,은,동 메달을 ‘싹쓸이’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에 2명만 출전하게 돼 선수들이 많은 부담감을 안게 됐다. 예선에서 한국팀은 여자가 1위부터 4위까지, 남자는 1,2위와 4,5위를 차지했음에도 4명중 2명은 개인전에 참가할 수 없었다.
양궁협회의 김기찬전무는 “예선에서 한국선수들이 모두 상위권을 독차지한 것을 보면 기량면에선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개인전 국가별 엔트리가 2명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선수들이 ‘내가 떨어지면 어떡하나’하는 부담감을 많이 안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변경이 금메달 획득 실패의 주요인이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양궁인들은 이제 지나친 자만감과 지난해 ‘UDT항명파동’과 같은 사건에서 보듯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선수들의 안이함이 양궁계에 팽배해 있지 않나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