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양궁]0점이라니…확률 1만분의 1 과녁 빗나간 화살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6시 40분


국가대표 양궁선수가 0점을 쏴?

대표선수쯤 되면 눈을 감고 활을 쏴도 지름 1m22의 과녁 안에 충분히 화살을 꽂을 수 있는 수준. 오히려 과녁을 비켜 0점을 쏘기가 훨씬 어렵다. 그런데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이 같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그것도 준결승전에서.

10일 부산 강서양궁장에서 벌어진 여자단체 중국과 대만의 준결승전. 중국이 마지막 한 발을 남겨놓은 가운데 스코어는 224-220으로 대만의 리드. 그러나 대만은 27발을 모두 쐈고 중국은 한 발이 남아 있어 중국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마지막 선수인 유후이가 최소한 5점만 쏴도 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

하지만 이게 웬일. 화살이 70m 앞 과녁에 채 닿지도 못하고 땅에 처박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긴장한 유후이가 활시위를 일정하게 당길 수 있도록 하는 ‘클리커’가 채 빠지기도 전에 시위를 놓은 것이었다. 당연히 0점.

순간 중국 선수들은 사색이 돼버렸고 뜻하지 않게 중국을 이긴 대만 선수들은 ‘희희낙락’. 얼떨결에 이긴 대만의 왕유핑 감독은 “화살이 과녁을 빗나갈 확률은 1만분의 1”이라며 놀라워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선수들도 0점을 쏘는 경우가 있다. 90년대 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신궁’ 소리를 듣던 여고생 선수가 유후이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고 지난해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선 시드니올림픽 개인, 단체 2관왕인 윤미진이 활을 놓치는 바람에 0점을 받은 적도 있다.

부산〓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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