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탤런트 차광수씨(38·사진). SBS TV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주인공 김두한의 죽마고우이자 해방 후 좌익청년단체인 조선청년전위대 간부 정진영 역으로 열연한 바로 그 사람이다.
김두한이 쏜 총에 맞아 눈을 감은 ‘비운의 사나이’를 지난 주말 경기 양주의 송추CC에서 만났다. 올 가을 세미프로 테스트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는 드라마에서 자주 뽑던 권총 대신 골프 클럽을 잡았지만 눈매만큼은 TV에서처럼 날카로웠고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남성 그룹의 우두머리 역할이 잘 맞는다고 합니다. 골프 스타일도 비슷하지요. 시원하기는 한데 섬세함이 떨어져 설거지는 좀….” ‘야인시대’의 장진영, ‘여인천하’의 조광조 역처럼 선이 굵은 연기로 정평이 난 그는 이날 라운딩에서 270야드를 웃도는 장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려 동반자들을 기죽게 했다. 거리 뿐 아니라 방향성도 뛰어나 빨랫줄 같이 똑바로 뻗어가는 타구였다.
“쑥스럽지만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드라이버 하나는 예술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롱기스트는 대개 제몫이죠. 티를 조금 높게 꽂고 공을 좀더 왼쪽에 놓으면 300야드 넘기는 것도 문제없습니다.”
97년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골프를 시작했다는 차씨의 베스트 스코어는 지난해 리츠칼튼CC에서 열린 한 프로암대회에서 기록한 79타. 빡빡한 촬영 스케줄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주말골퍼 치고는 수준급. 심심풀이 내기라도 하면 돈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실력인데 굳이 프로 무대에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왕 골프를 칠 바에는 뭔가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을 즐기는 편입니다.”
야인시대 출연을 끝낸 뒤 모처럼 재충전 시간을 갖고 있는 그는 요즘 하루 6시간 넘게 연습장에서 공을 때리며 프로 입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아이언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퍼팅을 가다듬는 게 당면 과제라고. 최근에는 ‘ASX클럽’을 수입 시판하는 청풍교역의 연예인 골프단에 입단, 든든한 후원자까지 얻었다.
“골프는 연기의 축소판입니다. 촬영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장갑 벗을 때 까지 방심하지 않아야 미스 샷이 안나옵니다. 세미프로에 합격하면 투어프로에도 도전해볼 겁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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