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농구에도 대단한 결심을 한 선수들이 꽤 있다. 포지션을 바꾼 선수들 얘기다. 중학교 때까지 센터를 맡다가 부산 동주여상 진학 후 포워드와 가드로 연달아 변신한 변연하(삼성생명)가 대표적인 예. 포지션을 바꿔 지난해 여름리그에서 최우수선수까지 됐으니 대단한 성공이다.
남자 프로농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LG 조우현과 김영만, KCC 정재근, TG삼보 양경민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중고교 혹은 대학시절까지 센터로 뛰다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포지션을 바꾼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센터는 특히 가드나 포워드로 변신하기가 힘들다. 키가 크지만 느리고, 골밑에서 주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슈팅거리가 짧은데다 볼 다루는 기술도 단순하기 때문이다. 가드는 스피드와 시야가 생명이고 포워드는 적중률 높은 3점슛이 필수조건 아닌가.
또 수비에서도 상대팀의 가장 빠르고 득점력 높은 선수들을 주로 막아야 하기 때문에 느리고 시야가 좁은 센터 출신으로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따라서 새로 스피드와 스텝을 키우려면 눈물겨운 노력은 기본. 여기에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배려가 추가되지 않고는 포지션 전환은 불가능하다.
올 시즌 TG가 정규리그에서 최초로 우승을 하는데 주역을 맡은 양경민. 그는 용산중고 시절 센터로 활약하다 졸업반 때 파워포워드로 변신했다. 그는 지금 TG의 3점슈터로 제2의 농구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그가 성공하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을 한 본인뿐 아니라 슈터로 이끌어준 용산고 양문의 전 감독의 지도도 큰 몫을 했다.
양경민은 의리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TG 챔피언 등극의 주역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되면서 그는 구단에 거액을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샐러리 캡 때문에 은퇴할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위해 양경민은 단 10%의 연봉인상안에 도장을 찍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할 만큼 개인기록과 자기 팀 성적에만 눈이 어두운 게 요즘의 프로농구판이다. 이들의 눈에는 양경민의 희생이 어떻게 보일까. “어리석다”며 돌아서서 손가락질이나 하지나 않을까.
MBC 농구해설위원 cowm5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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