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방성윤 얘기를 꺼냈더니 데이비슨 감독은 대뜸 “슈팅 기계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어안이 벙벙했는데 “그 기계가 바로 방성윤”이란다. 그러면서 “방성윤이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기계가 아닌 방성윤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는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만난 NBDL 감독이나 NBA 스카우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NBA에서 방성윤과 같은 슈팅가드는 강력한 수비에 시달리므로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슈팅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농구를 잘 안다는 그들은 하루 2, 3차례씩 반복되는 한국식 팀 훈련은 자율 농구를 해치고 ‘창조적인 농구(creative basketball)’를 못하게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필자도 나름대로 대학에서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농구를 강조했다고 자부했지만 이런 평가를 듣게 돼 충격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한국 축구가 1997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브라질에 3-10으로 참패한 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로봇 팀’이라는 혹평을 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나마 방성윤은 미국에 온 지 5개월여 만에 예전에 전혀 본적이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그들이 요구하는 창의적인 선수로 변신하는 데 성공할 것 같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성공 여부가 아니라 그의 도전이 기존 국내 선수들과 지도자, 농구 꿈나무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오게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제2, 제3의 창의적인 선수가 쏟아질 때 한국 농구는 새롭게 도약할 것이다. <미국 조지아 주에서>
MBC 해설위원 cowm5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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