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피플]<4>백삼관광 하기성 부사장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8시 06분


“규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내가 무슨 기사거리가 되나요?”.안영식기자
“규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내가 무슨 기사거리가 되나요?”.안영식기자
골프는 골퍼 자신이 심판관인 독특한 스포츠. 때문에 ‘양심’은 골퍼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주변에는 ‘철면피 골퍼’가 의외로 많다.

상습적은 아니라도 터치플레이 한 번 안 해본,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없는 골퍼’가 과연 얼마나 될까.

여행업계에서는 하기성씨(57·백삼관광 부사장)를 ‘필드의 포청천’이라고 부른다. “터치플레이하는 골퍼는 골프채를 잡을 자격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의 모습은 실제로 중국 송대의 명판관 포청천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필드의 포청천으로 불리게 된 계기는 94년 여행업계 간부들과 말레이시아 겐팅하일랜드 아와나GC에서 함께 한 친선대회였다. 우승했는데도 4번홀(파4)에서 무벌타 드롭을 한 것이 ‘양심에 어긋난다’며 상패를 반납한 것. “양심에 찔리는 상패나 트로피를 집에 놓고 아침 저녁으로 보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당시 비가 제법 내렸는데 하씨는 페어웨이 왼쪽 러프지역에 떨어진 볼을 찾을 수 없었다. 동반자들이 없어질 볼이 아니라며 무벌타 드롭을 권유했고 경기를 속행한 결과 그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다른 팀에서도 똑같은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당하지 않은 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때부터 그는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월례 골프모임을 갖는 ‘여목회(旅木會)’의 경기간사를 맡고 있다. 라운드가 끝난 뒤 스코어나 룰적용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으면 그의 말이 곧 법이다. ‘직권’으로 수상자를 바꿔버린 일도 있다. 반면 하씨가 속한 팀에서 우승자나 메달리스트가 나오면 다른 멤버들이 무조건 인정한다고.

핸디캡이 10 정도인 그는 내기골프를 즐기지만 항상 핸디캡을 1,2타 정도 더 낮춘다. “그렇게 하는게 마음이 편합니다. 더 열심히 쳐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도 되고요.”

가까운 친구와 라운드 도중 터치플레이를 놓고 티격태격하기 싫어서일까. 그는 빚보증을 서로 서줄 만큼 막역한 친구가 있지만 골프는 절대 같이 안 친단다.

“터치플레이를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양심이 무디어서 그런지 다음 플레이에도 영향을 받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그것을 곁에서 본 내가 돌아버리고 말지요.”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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