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피플]<11>박범석 테일러메이드 한국지사장

  • 입력 2003년 1월 9일 17시 51분


“근무시간중에 당당하게 골프를 칠수 있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매력”이라고 말한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근무시간중에 당당하게 골프를 칠수 있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매력”이라고 말한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아는 게 힘’이라지만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다. 테일러메이드 코리아 박범석 지사장(42·사진)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골프용품업계 사상 최고인 7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골프용품업계에 뛰어든 지 불과 2년여만에 거둔 이 성과에 업계는 물론 스스로도 놀랐다.

“골프업계를 전혀 몰랐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었거든요.”

대학졸업 후 골프와 무관한 외국계회사(모토로라 코리아 등)에서 줄곧 재무담당으로 일한 그가 테일러메이드 코리아로 옮긴 것은 2000년 6월. 당시 직책은 재무담당 팀장이었다.

4개월만에 총책임자로 승격된 그가 ‘골프마케팅’에 눈을 뜬 것은 2001년 10월부터 두달사이. 테일러메이드 아시아지역 본부장인 노부오 히시누마(일본)회장이 해외출장 때마다 그를 동반해 ‘특별과외’를 해준 것.

“저의 장점은 계산이 빠르다는 것입니다. 이익이 예상되면 주저없이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박세리와 최경주의 클럽사용계약을 과감히 성사시킨 것. 지난해 마케팅비용으로 쏟아부은 돈만도 무려 95억원이다. 결과는 매출액 3배 증가. 2001년 25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7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0년 매출액(8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6배에 달한다.

“처음에는 몇 번씩 찾아가도 아는 척도 안 하던 메이저 숍 사장님들이 지금은 제 사무실로 찾아옵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그의 겁없는 마케팅 전략에 기존 멤버들의 저항이 대단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영업부 핵심직원 6명을 전면교체했고 이 ‘모험’은 적중했다.

박지사장의 마케팅 전략 핵심은 철저한 ‘고객중심주의’와 ‘현장주의’. 시타팀(7팀)은 전국 골프장과 연습장을 1년내내 돌며 고객에게 직접 다가갔다. 예전에는 사무실에서 계산기만 두드렸던 그도 발벗고 현장을 뛰었다.

지난해 10월 나인브릿지클래식(제주) 때의 ‘털모자 공급작전’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갑작스런 추위로 박세리가 털모자를 요청하는 바람에 서울 본사에서 자수 놓는 사람을 급구, 테일러메이드 로고가 박힌 털모자를 제주도까지 긴급 공수했다는 것.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기에 보람은 더욱 컸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매출액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도 최고가 되는 것.

“우리나라는 AS비율이 일본(평균 0.3%)보다 훨씬 높은 5∼7%입니다. 기후와 지형적인 특성 뿐 아니라 골퍼들의 연습량이 일본사람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기 때문이죠.”

어느덧 골프용품업계 거물로 자리매김한 박지사장의 올 시즌 행보를 지켜보자.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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