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축구해설가 베니 터너 씨는 “한국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을 봤는데 무척 콤팩트하고 팀워크가 좋았다. 프랑스 스위스 한국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상대에 대한 격식을 갖춘 말. 이른바 ‘방송용 멘트’다. 선수들은 한국에 대해선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미드필더 트란퀼로 바르네타(레버쿠젠)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21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한국팀을 봤고 몇몇 선수를 안다”면서도 “감독은 한국에 대해 분석하고 있겠지만 아직 우리가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첫 경기인 프랑스전”이라며 “프랑스와의 경기에 집중하고 토고전까지 치른 다음 한국을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카르도 카바나스(쾰른)도 “지금은 프랑스를 대비한 31일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무관심은 스위스 언론도 마찬가지다.
평가전과 훈련장을 돌아다니며 많은 스위스 기자를 만났지만 한국에 대해 물어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독일 기자들이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타게스안차이거’ 등 현지 신문에는 ‘토고가 독일 캠프에서 유니폼을 잃어버렸다’, ‘토고가 방겐의 팬들에게 입장권을 선물했다’는 뉴스는 있지만 한국에 대한 얘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스위스 팬들도 “프랑스와 우리가 16강에 오를 것”이라며 “한국에까지 기회가 갈까”라고 말했다.
아예 한국은 신경도 안 쓴다는 스위스인들. 불쾌한 마음이 앞서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적’들은 우리를 모른다는 것. 스위스의 방심과 자만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복’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헝클어졌던 마음을 다시 추슬렀다.
프라이엔바흐=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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