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3년계약 국내 복귀
일부 “팀내 최고 13억 수준” 보도에… 구단측 부인하며 팬들 관심 고조
실제론 7억∼10억원 추정돼 논란
박주영(30·사진)이 돌아온다.
프로축구 서울은 10일 박주영과 3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2005년 서울에서 데뷔해 2008시즌을 마치고 해외로 나갔으니 7년 만의 친정 복귀다.
컴백은 예견된 일이었다. 해외에서 뛸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2008∼2009시즌 프랑스 AS모나코에서 뛸 때만 해도 박주영은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25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2010∼201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로 옮긴 뒤부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임대)→EPL 왓퍼드(2부 리그·임대)→사우디아라비아 알샤밥으로 옮겨 다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아스널에서 방출된 박주영은 지난해 10월 알샤밥과 단기계약을 했지만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계약이 해지됐다. ‘축구 천재’라는 별명은 ‘저니맨’으로 바뀌었다.
박주영의 복귀는 스타에 목마른 국내 프로축구에 반가운 소식임엔 틀림없다. 최근 세 경기에서 1골밖에 넣지 못한 서울은 박주영의 가세가 전력 상승은 물론이고 관중 동원에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워낙 ‘거물 선수’였기 때문일까. 입단 과정이 조용하지는 않다. 몸값을 둘러싸고 팬들 사이에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구단 발표에 앞서 한 매체는 박주영의 복귀를 보도하며 “서울이 팀 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서울의 최고 연봉자는 외국인 선수 몰리나로 지난해 13억2400만 원(추정치)을 받았다. ‘팀 내 최고 수준’이라면 13억 원쯤은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선수 최고 연봉자인 전북 이동국(11억 원·추정)보다 많다. 그러나 서울 구단은 보도에 나온 몸값을 부인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고 “백의종군(白衣從軍) 수준”이라고만 밝혔다. 이 단어가 팬들의 논쟁을 더욱 가열시켰다.
백의종군은 계급장 떼고(白衣) 군에 종사(從軍)한다는 뜻이다.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라 조선시대 무인 관료에 대한 징계 중 하나로 다시 공을 세우면 관직을 회복시켜 주겠다는 ‘조건부 처벌’이었다.
박주영과 구단의 협상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박주영은 10억 원, 서울은 7억 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구단은 “박주영은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고 서울이 제시한 액수는 7억 원이 안된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실제 몸값은 5억 원 안팎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5억 원은 ‘백의종군 수준’이 되는 걸까.
몸값 논란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박주영 연봉이 백의종군이면 그보다 덜 받는 선수들은 자원봉사냐”라는 조롱 섞인 댓글도, “원정 유니폼이 흰색인 것을 의미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순신 장군을 모독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다. 서울 구단이 “최고는 아니지만 자존심은 세워줬다”라고만 했어도 큰 논란 없이 지나갔을 법하다.
최근 프로야구 팬들은 KIA로 돌아온 윤석민의 몸값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메이저리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복귀한 윤석민이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인 4년 90억 원에 계약했기 때문이다. 박주영도 윤석민도 한때는 팀의 보물이었다. 과거의 기여도를 감안해 예우를 해주는 것도 좋지만 적자투성이인 국내 프로구단에서 ‘외국 물만 먹고 오면 대접해 준다’는 얘기가 정설이 돼서는 곤란하다.
박주영이 10년 전의 기량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올 시즌 서울을 위해, 프로축구를 위해 몸 바쳐 뛰고 뛰어난 공을 세우기 바란다. 당당하게 최고 연봉을 받는, 진정한 백의종군의 사례로 남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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