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수원FC “올 목표는 119-사오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는 지난 주말 마빈 오군지미(29)를 영입했다. 이로써 수원FC는 재계약한 블라단 아지치(29)를 포함해 4명의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면면이 화려하다. 공격수 오군지미는 국제축구연맹(FIFA) 1위인 벨기에의 국가대표 출신이다. 벨기에 1부 리그는 물론이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뛰었다. 이달 초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수비수 아드리안 레이어(29)는 호주 국가대표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다. 지난달 영입한 미드필더 하이메 가빌란(30)은 스페인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프리메라리가에서 237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아지치도 몬테네그로 대표팀 출신이다. 경력만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수원FC는 돈을 적게 쓰는 구단이다. 지난해 예산은 50억 원이 안 됐다. 승격을 한 덕분에 올해 예산이 71억9000만 원으로 늘었지만 수백억 원을 쓰는 기업구단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런 구단이 어떻게 이런 경력의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을까. 몸값이 낮기 때문이다. 출전 기회가 보장된 한국에서 재기에 성공해 몸값을 높이겠다는 선수들을 꾸준히 물색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카우트조차 없는 수원FC는 조덕제 감독(51)의 꼼꼼한 비디오 분석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뽑았다. 그는 “경험상 대표팀과 빅 클럽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마인드가 괜찮다. 자존심이 강해 대충 하지 않는다. 훈련을 시켜보니 잘 따라올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하는 안목이 뛰어나다. 구단 형편에 맞추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국내 선수들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잘하는 선수를 데려오려면 돈이 많이 든다. 다른 팀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들이 주요 타깃”이라며 웃었다. 1988년 프로에 데뷔한 조 감독은 1995년 은퇴할 때까지 대우(현 부산)에서 뛰었다. 당시 리그 최강이던 대우는 호화 멤버를 자랑했다. 조 감독은 “내가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하는데 큰 경기에는 나가본 적이 없다. 사실상 대표팀 2군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도 팀에서 살아남은 것은 나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런 점”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경험이 지도 스타일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승강제 도입 뒤 돌풍을 일으킨 승격 팀은 없었다. 2013년 승격한 상주가 이듬해 꼴찌(12위)를 했고, 2014년 승격한 대전도 지난해 최하위였다. 대전과 함께 클래식에 오른 광주가 10위를 하며 잔류한 게 최고의 성적이다. 같은 승격 팀이라도 상주, 대전, 광주와 수원FC는 성격이 다르다. 앞의 세 팀은 승강제 실시 이전부터 프로리그에 참가했다. 실업리그와 챌린지를 거쳐 클래식에 오른 구단은 수원FC가 처음이다. 조 감독은 ‘119와 사오정’이라는 말로 목표를 정리했다. 119는 11승을 거두며 9위를 하는 것. 사오정은 승점 45를 의미한다. 11승 12무 15패를 기록하면 승점 45다. 수원FC는 올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마다 팬들로부터 ‘대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기업구단 부산을 꺾고 대박을 터뜨린 조 감독의 안목이 클래식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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