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 KIA의 메이저리거 3인방은 팀의 신구조화를 이끌 핵심으로 꼽혔습니다. 최희섭(36)은 개막전부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서재응(38)은 지난달 말 1군에 올라왔습니다. 이제 김병현(36)만 합류하면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게 됩니다.
김병현의 근황이 궁금해진 건 서재응 때문이었습니다. 올 시즌 첫 1군 선발 등판 후 서재응은 “괌에서 김병현이 정말 좋은 공을 던졌는데 갑자기 충수염 수술을 받고 페이스를 잃었다. 빨리 1군에서 함께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인 둘은 시즌 전 괌 재활캠프에서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2월 초 수술로 김병현의 시즌 시작은 어긋나버렸죠.
KIA와 고양(NC)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가 열린 6일 고양야구장에서 만난 김병현은 담담해 보였습니다. 지난해 4월 넥센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의 상황이 아쉽지는 않다면서 “팔자”라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야구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본 초연함이 느껴졌습니다.
김병현은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생각만큼 몸이 빨리 올라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재활군에서 2군으로 올라온 뒤 이날까지 5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8.77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병현은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여유를 갖고 여러 실험을 통해 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우선 그는 볼 배합을 바꿔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직구, 슬라이더, 업슛 등 세 가지 구종을 썼던 그는 지금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고 있습니다. 전성기 때는 구위가 좋아 단순한 패턴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구위는 많이 떨어졌는데 아직도 머리는 그 패턴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고 말한 그는 여러 시도를 해서도 나아지지 않으면 불펜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한국 메이저리그 1세대로 김병현은 애리조나, 보스턴, 콜로라도, 플로리다 등 여러 팀을 거쳤습니다. 선배 박찬호(42)가 현역 시절 “언젠가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할 때 그는 “이런 모습으로는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돌아왔고, 고향 팀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인생이 늘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간직한 채 말이죠.
올해 초 강정호(28)가 피츠버그로 떠나기 전 김병현은 “절대 네 것을 바꾸지 마라”고 조언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확실한 ‘자기 것’이 있기 때문인데 주변의 말에 흔들려 이것저것 바꾸다보면 그 ‘자기 것’을 잃게 된다는 거죠. 메이저리그 시절 그가 몸으로 배운 뼈아픈 교훈입니다.
야구선수로서 김병현이 꿈꾸는 마지막 모습은 스스로에게 지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공을 던지고 싶고, 그러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거라는 거죠. 그에게 퓨처스에서의 현재는 그런 마지막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지금은 자신의 공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왕 시작한 것, 끝까지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지는 걸 끔찍이 싫어하지만 지는 순간 새 목표가 생겨 더 즐겁다”고 말하는 그는 야구를 통해 모순덩어리인 인생을 가장 잘 이해하게 됐는지 모릅니다. 그는 7일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동안 3실점(1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