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홈런왕인 베이브 루스(1895∼1948)는 홈런을 많이 치는 비결을 묻자 “그저 계속해서 방망이를 휘둘렀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홈런 715개라는 위대한 기록에 걸맞지 않은 평범한 비결이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적이 부진하다고 타석에 서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기록이니까요. LG의 ‘거포 유망주’ 최승준(27·사진)에게도 이 ‘평범한 비결’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최승준의 별명은 ‘2군 본즈’입니다. 또 다른 홈런왕 배리 본즈(51·은퇴)처럼 홈런으로 2군을 평정했다는 뜻이죠. 본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2013시즌 퓨처스리그(2군) 전체 홈런 1위(19개)에 올랐던 최승준은 2014시즌에도 홈런 20개로 2군 전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우타 거포’가 부족한 LG의 목마름을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에 충분한 성적이었죠. 하지만 사실 이 별명에는 1군에서는 ‘터지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도 담겨 있습니다.
올 시즌 최승준은 2006년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로 나섰습니다. 그것도 4번 타자로 말입니다. 이병규(32·7번)가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덕분이었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시범경기(12경기)에서 타율 0.242에 2홈런 6타점으로 활약한 그에게 양상문 LG 감독은 믿음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2경기 만에 그의 타순은 5번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스윙도 예전의 큰 모습으로 돌아갔고요. 결국 최승준은 8경기(타율 0.077)를 끝으로 1군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올 시즌 출발이 좋아 기대가 컸는데 너무 조급했었다. 생각만큼 결과가 나오질 않아 슬럼프에 빠졌던 것 같다”고 최승준은 말했습니다.
최승준은 지난달 10일 2군 복귀 후 첫 경기에서 홈런을 때리며 ‘2군 본즈’의 면모를 되찾았습니다. 21일 현재 홈런 8개로 2군 홈런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죠. 그는 “마음이 조금 편해진 때문인 것 같다”며 머쓱해했습니다. 최승준은 1군 복귀에 조바심을 내고 있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실력을 다져서 올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죠. 그는 “타격 자세가 교정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 타이밍이 늦어졌다.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최승준은 자신의 별명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뒤늦게 1군에서 실력을 꽃피운 2군 본즈도 있습니다. 넥센 박병호(29)가 대표적이죠. 박병호도 한때는 ‘2군 본즈’로 불렸습니다. LG 소속이던 2008년 북부리그 홈런왕을 차지했지만 1군에선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결국 2011년 7월 넥센으로 트레이드됐죠. 이후 모두가 아는 대로 박병호는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왕으로 거듭났습니다.
다시 루스의 평범한 비결을 생각해봅니다. 타석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최승준도 진정한 4번 타자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대는 LG의 홈런타자, 그 모든 어려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이라는 최승준의 응원가 가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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