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대륙별 지역 예선이 한창이다. 어제, 그제 축구의 본고장 유럽 곳곳에서도 월드컵 지역 예선이 열렸다. 54개 팀이 9개 조로 나뉘어 치르는 유럽 예선에는 13장의 월드컵 본선 티켓이 걸려 있다. 지역 예선이 벌어지는 6개 대륙 중 가장 많은 티켓이다. 월드컵 본선에는 32개 팀이 출전한다.
연합 왕국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도 지난 주말 유럽 예선 조별리그를 치렀다. 한 나라에서 4개 팀이나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는 건 이들이 제각각 설립한 축구협회를 국제축구연맹(FIFA)이 모두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가 단위로 회원을 받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달리 FIFA는 축구협회를 회원으로 받는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이 중국과 별개로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참가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같은 조에 속했다. 두 팀이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만난 건 62년 만이다. 12일 두 팀이 조별리그에서 맞붙어 잉글랜드가 3-0으로 이겼다. 이날 잉글랜드는 4-2-3-1, 스코틀랜드는 4-3-3 전형(포메이션)으로 경기를 했다.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11명이 하는 축구에서 4-2-3-1 포메이션이라고 하면 수비수가 4명, 수비형 미드필더가 2명, 미드필더가 3명, 전방 공격수가 1명이라는 얘기다. 숫자는 수비수부터 시작해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수로 이어지는 순서로 센다. 모든 팀이 1명을 두는 골키퍼는 따로 표시하지 않는다. 같은 식으로 스코틀랜드의 4-3-3 포메이션은 수비수가 4명, 미드필더가 3명, 전방 공격수가 3명이라는 의미다.
축구에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 매치다. 1872년 11월 30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가 최초의 축구 국제경기다. 요즘으로 치면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다. 당시 두 팀의 포메이션은 어땠을까.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잉글랜드의 포메이션은 1-2-7, 스코틀랜드는 2-2-6이다. 공격수가 잉글랜드는 7명, 스코틀랜드는 6명이라는 얘기다. 동네 축구가 아닌 다음에야 현대 축구에 이런 포메이션은 없다. 요즘은 동네 축구에서도 이런 경우는 보기 드물다. 공격수는 아무리 많아야 3명 이내다.
이렇게 많은 공격수가 뛰었던 당시 경기에서 골은 얼마나 많이 나왔을까. 또 한 번,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두 팀의 경기는 득점 없이 0-0으로 끝났다. 공격수가 많다고 꼭 골이 많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영국 축구는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다소 투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축구 종주국 영국의 팬들은 요즘도 오밀조밀한 패스 축구보다는 힘 있게 치고 달리는 드리블 축구가 남자답다며 좀 더 높이 쳐주는 분위기다. 지금도 이런데 144년 전에는 어땠겠나. 공격수들은 공만 잡으면 냅다 몰고 달렸다. 선수가 있는 곳으로 패스가 날아가기보다 공이 있는 곳으로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100년도 더 지난 남의 나라 축구 얘기를 왜 갑자기? 그것도 난데없는 포메이션 얘기를….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국민의 부아를 돋운 최순실 때문에 요즘 일이 많아진 검찰이 관련 수사 인력을 늘리고, 다시 늘리고, 또 늘리고 하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다. 공격수 숫자만 늘린다고 골이 따라 늘어나는 건 아니다. 상대 수비가 없는 빈 공간을 ‘기습적’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수비수가 쫓아가기 힘든 ‘적시’의 킬링 패스도 필요하다. 머릿수보다는 이런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골을 넣기가 수월해진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월드컵 유럽 예선이 열리던 날 ‘우병우 깡통 휴대전화’ 어쩌고 하는 기사가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 전 대통령민정수석 우병우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더니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문자나 통화 기록은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깡통이더라는 얘기다. 그럴 수밖에…. 우병우가 고발을 당한 지 114일 만에 날린 슛(압수수색)인데, 핫바지 수비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슛이 골문 안으로 들어갈 리가 있나…. 들어가면 그게 더 이상하다. 공격수를 늘려도 수비 태세를 다 갖추고 기다리는 상대 골문을 뚫기는 웬만해선 어렵다. 아무리 타고난 골잡이라도 수비수가 진을 치고 있는 골문에는 백날 슛을 때려 봐야 헛일이다. 칼잡이 검사라고 별반 다를 게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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