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일, 프로야구를 취재하게 된 첫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적어도 박병호 기사는 쓰지 말자.’ 미디어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홈런타자에 대한 반발감이 컸었다. 같은 1점이라도 대수비, 대주자들이 이를 악물고 막아 내고, 만들어 낸 1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홈런, 특히 박병호의 홈런은 모든 언론이 보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다짐은 딱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박병호를 빼고 한국 야구를 말하기는 불가능했다.
단지 기량 때문만이 아니었다. 박병호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빛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그의 마음가짐이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공식 입단 기자회견 때 박병호의 첫마디는 이랬다.
“안녕하십니까. 미네소타에 입단하게 된 박병호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많은 분이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할 법한 인사말로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을 ‘당연하게’ 여겼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박병호가 걸어온 길도 그랬다. 2014년 박병호는 이승엽과 심정수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타자의 계보를 이었다. 기쁨을 즐길 법도 했지만 박병호는 이듬해 스프링캠프 때 훈련량을 더 늘렸다. 매 타석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그가 밝힌 이유였다.
늘 그런 식이다. 박병호의 시선은 이미 이룬 것보다 이뤄야 할 것을 향했다. 2015년 53홈런으로 자신의 최고 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즌이 끝난 뒤 그는 아무도 없는 목동구장에서 혼자 방망이를 돌렸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평범한 2군 선수였던 박병호를 메이저리거로 만든 건 ‘목런’(작은 목동구장에서 친 홈런을 비하하는 말)으로 늘린 홈런 수가 아니다. 늘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게으름 피우지 않고 흘린 땀과 매 시즌 한계까지 자신을 끌어올리고도 더 발전하려던 책임감이다.
새벽마다 태평양 건너서 들려오는 박병호의 홈런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그가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홈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벽마다 함께 봐야 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박병호의 기사마다 박병호를 비하하고 비아냥거리는 국내 누리꾼의 댓글이다. ‘국민 거품 박병호(국거박)’라는 이름의 이 누리꾼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박병호의 기사에 악플을 달고 있다.
국거박에게, 또 모니터 뒤에 숨어 욕설과 비방을 늘어놓기 바쁜 수많은 국거박들에게. ‘너에게 묻는다. 댓글 함부로 달지 마라. 당신은 스스로에게 한 번이라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땀 흘려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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