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사령탑에 오른 조 매던 감독은 97승을 거뒀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컵스가 지난 7년간 기록한 성적 중 최고였다. 그래도 올해 컵스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25일까지 올 시즌 126경기를 치른 컵스의 성적은 81승 45패. 현재의 승률을 유지하면 남은 36경기에서 20승 넘게 추가할 수 있어 100승 돌파는 시간문제다. 올 시즌 컵스의 승률은 메이저리그 통틀어 유일하게 6할이 넘는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탈락해 ‘염소의 저주’를 풀지 못했던 매던 감독이 올해 108년 만에 저주를 풀겠다고 장담할 만하다.
매던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괴짜로 불린다. 지난 시즌 그는 야구장에 마술사를 데려오는가 하면 미니 동물원을 꾸미기도 했다. 한여름인 8, 9월에는 선수들이 충분히 쉬고 경기장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아예 야구장 문을 늦게 열기도 한다. 매일 하는 배팅 연습도 종종 취소한다. 6개월 넘게 162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이미 지나치게 많은 스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덕분에 컵스에서 배팅연습 거부는 반항이 아니다. 선수가 자기 시간을 활용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투수 제이크 애리에타는 지난해 이맘때 LA 다저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생애 첫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뒤 아이 내복 같은 잠옷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시카고로 돌아가는 야간비행을 앞두고 매던 감독이 ‘편안한 잠옷’을 입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잠옷 차림으로 모인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기념사진도 찍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26일부터 있을 다저스와의 방문 3연전을 앞두고 매던 감독은 ‘파자마 파티의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새로 입을 잠옷도 미리 사뒀다.
그의 이런 ‘파격 행보’의 목적은 하나다.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선수들과 개인적 대화를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수 시절 매던 감독은 메이저리그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삼류 선수였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싱글A에만 머물렀다. 싱글A에서 보낸 4시즌 동안 3할 타율을 넘긴 적도 없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3개에 불과한 백업 포수일 뿐이었다. 초보 감독 시절도 선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감독을 맡았던 1980년대 중반까지 매던 감독은 승률 5할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그는 신문의 구인광고를 오려 클럽하우스 벽은 물론 화장실까지 붙여놓고 “열심히 뛰지 않으면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선수들을 윽박질렀다.
그러면 삼류 선수, 삼류 감독이었던 그는 어떻게 일류 감독이 됐을까. 최고의 인재 집합소라는 구글에서 ‘최고의 상사’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좋은 리더의 조건 중 가장 필요 없는 덕목은 ‘기술과 전문지식’이었다. 반대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일관성’이었다. 리더가 일관성이 있으면 팀원이 윗사람 눈치를 보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 그의 관심사는 선수들을 ‘느긋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것도 일관성 있게. 그것이 그의 성공시대를 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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