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0순위’ 유도 66kg급 아쉬운 銀
한국과 악연 日 에비누마와 준결승… 연장접전끝 이겼지만 팔꿈치 다쳐
결승서 伊 선수 기습공격에 한판패 “다 잊고 4년후를 위해 다시 뛰겠다”
경기장 밖으로 나온 안바울(22·남양주시청)은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채 한참 동안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곁에 있는 최민호 대표팀 코치(36·용인대 교수)도 안타깝게 지켜볼 뿐이었다.
유도 관계자들이 ‘금메달 0순위’로 꼽은 안바울이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4년 뒤로 미뤘다.
안바울은 8일 열린 유도 남자 66kg 결승전에서 파비오 바실레(22·이탈리아)에게 한판패를 당해 은메달에 그쳤다.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1분 24초 만에 나온 상대의 기습적인 밭다리 걸기를 피하지 못했다.
안바울이 준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골든 포인트를 얻어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26·세계 랭킹 6위)를 꺾을 때만 해도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에비누마와는 이전까지 두 차례 만나 모두 졌기 때문이다.
에비누마는 한국 유도와 악연이 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이 체급에 출전했던 조준호 대표팀 트레이닝 코치(30)는 에비누마와의 8강전에서 3-0으로 판정승을 거뒀지만 판정 번복으로 패자가 됐다. 경기 직후 조준호의 도복 색인 청색 깃발을 들었던 심판 3명은 심판위원장의 호출을 받은 뒤 흰색 깃발로 바꿔 들었다. ‘3심 결정이 최종적’이라는 규정을 어긴 황당한 사건이었다. 일본 언론조차 “바보 삼총사 영화를 패러디한 것 같았다”고 보도하고 당사자인 에비누마도 “판정이 잘못된 것 같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선배 조 코치의 아쉬움을 보기 좋게 설욕하며 큰 산을 넘었기에 결승전 패배는 더 충격적이었다. 안바울은 “에비누마와의 대결에서 팔꿈치를 다쳤다. 신경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은 핑계로 보일 것이다. 다 잊고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바울은 중고교 시절 60kg급 최강자였지만 용인대에 진학한 뒤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 66kg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부터 승승장구했고, 지난해 아스타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이 체급 1인자로 등극했다. 1990년대 한국 유도 경량급을 대표했던 윤현 용인대 교수는 “안바울은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최민호 코치가 28세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 경기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땄듯이 경량급 선수는 20대 후반까지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 4년 뒤의 안바울이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60kg급 세계 1위 김원진이 8강에서 18위 베슬란 무드라노프(러시아)에게 발목을 잡힌 데 이어 66kg급 세계 1위 안바울까지 26위 바실레에게 패하면서 “유도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 교수는 “여자 48kg급 9위 정보경도 8강에서 1위를 꺾지 않았느냐. 20위 안팎이라면 누가 우승을 해도 이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73kg급 1위 안창림은 지난해 초만 해도 100위권 밖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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