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규제와 경쟁력 저해 요소를 찾아 없애는 감사, 민생 현장 중심의 감사를 통해 국가발전과 국민 생활에 기여하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의 감사를 구현하겠다.”
21대 감사원장에 취임한 김황식 원장은 지난달 29일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대법관 출신답게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법치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 같은 방침을 제시했다.
감사는 국가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공무원을 감시하는 ‘칼’이다. 칼의 궤적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감사원장의 감사 방침은 공무원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법치주의 확립’은 그의 소신이다. 법과 원칙이 존중되어야 사회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윗물효과’처럼 공공부문에서 먼저 법과 원칙을 지키는 관행을 확립시키면 민간부문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판단이나 일부 단체의 ‘떼쓰기’에 밀려 공무를 어긋나게 집행하는 사안에 대해 감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그는 “여야와 시민사회를 막론하고 떼쓰기를 관철하려는 움직임이나 세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법치 만능으로 비춰지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법령으로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무원의 재량권 활용과 실력이 중요하다”며 “법령과 민원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공무원의 실수는 과감히 용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창의적으로 재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생산적인 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선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규제 혁파’와 ‘에너지 대책’ 관련 분야의 감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공장설립 관련 규제’, ‘건설관련 중복 규제’, ‘서비스산업 규제’ 등을 감사하고 아울러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 실태’, ‘전력산업 경쟁력 강화사업’ 등을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민생 현장 중심의 감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이르면 올해 안에 ‘국민불편 감사센터’를 부산 대전 광주 수원 등에 설치해 교육과 식품, 안전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현장에서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멜라민 문제로 식품안전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과 관련해 “수입식품 검역과 식품 제조, 유통 등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식품안전 위협 요인에 대한 감사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직무의 독립·중립성과 관련해 “국회의 감사청구를 무조건 실시토록 돼 있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청구 사안이 정쟁의 도구인지를 판단해 본연의 기능에 합당한 감사 사안인지 감사원이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이 청구하는 국민감사청구에서는 청구인들의 감사 요청 사안에 대해 실시 여부를 감사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직무의 공정성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감사위원 회피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위원이라 하더라도 감사처분 심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많은 공기업 감사에서 잘못 지급된 예산의 회수가 미진한 문제에 대해서는 “잘못된 지급은 회수해야 마땅한데 노사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은 회수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모아 합리적인 법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힘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는 “감사에는 성역이 없다. 국세청이나 검찰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도 예외일 수 없다”며 “지금도 국세청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같은 감사원 운영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곧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규제 개혁 등 국가경쟁력 강화 과제 수행을 위해 ‘국책과제감사단’을 신설하고, 민생과 현장 중심의 감사 강화를 위해 현행 감사청구조사단을 조직과 인력을 확대한 ‘감사청구조사국’으로 승격한다는 것.
김 원장은 또 중복감사로 인한 피감기관의 부담 가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상기관 없이 다수 부처를 대상으로 특정 업무를 감사하는 전략감사본부와 결산감사본부는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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