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교20주년 앞두고 방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자동차-청정산업, 한국기업 투자 기대”

“지난 20년간 한국과 폴란드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젠 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정치 문화적으로 한 단계 성숙한 관계를 지향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도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한 협력과 대화를 공고히 할 것입니다.”

한국 폴란드 수교 20주년(2009년 11월 1일)을 앞두고 방한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과거 공산당에 대항한 반체제 운동의 중심이었던 자유노조 부위원장 출신이다. 그는 당시 자유노조 운동을 이끌었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 등과 함께 폴란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환을 주도했다.

그는 이번 방한 이유를 폴란드의 한국 수출 확대와 한국의 고등훈련기 T-50 구매 계획 등으로 설명한 뒤 한국 폴란드의 가금류 수출 장벽 등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폴란드에 대한 투자 요청을 했는데, 어떤 매력이 있나.

“현재 가장 유망한 분야는 자동차산업과 청정산업 분야다. 첨단기술을 가진 한국이 폴란드에 투자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폴란드는 투자에 적합한 곳이다.”

―폴란드 정부가 최근 2009년 성장률을 낮춰서 재조정했는데….

“당초 전망치 4.8%를 3.7%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성장률이 높다. 폴란드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는 수출 감소와 국내 소비 감소다. 내수는 그동안 폴란드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었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내수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 빨리 세계경제가 정상화돼 201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9∼10% 수준으로 오르길 기대한다.”

―경제위기가 폴란드의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5개국) 가입 계획에 차질을 주는 것은 아닌가.

“폴란드는 유로존에 가입하기로 돼 있지만 아직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경제위기로 인한 불을 끄는 것이 더 급선무인 것 같다. 물론 유로존 가입이 경제위기의 불을 끄는 다른 물줄기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좀 더 준비가 필요하다. 아마도 201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폴란드가 체제 전환을 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나빠지면 과거 공산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도 나올 수 있을 텐데….

“이젠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다. 1993년에는 실업 등의 이유로 좌파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미국과의 미사일방어(MD) 체제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MD는 방어적 성격의 문제다. 러시아의 반대가 심하지만 이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무책임한 국가들(irresponsible states)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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