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전태일 거리’.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고 전태일씨(당시 22세)의 여동생 전순옥씨(47)는 이 거리를 거닐며 만감이 교차했다.
전씨는 3월 영국 코번트리시 소재 워릭대에서 ‘한국 여성노동자와 민주노동조합운동론―그리고 70년대’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최근 귀국했다. 89년 유학을 떠난 지 11년5개월 만에 받은 학위다.
전씨의 논문은 현재 워릭대 논문심사위원의 추천으로 영국 마셜출판사가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 출판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빠가 분신할 당시 전씨는 16세였다. 낮에는 평화시장 여공으로, 밤에는 도봉재건학교 중학교 과정을 다니다 오빠의 뒤를 이어 노동운동에 뛰어 들었다.
“국제 노동연대에 나서기 위한 영어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갔지만 노동운동을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에 학부와 석사 박사 과정을 차례로 밟았습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는 ‘전태일 평전’을 읽고 큰오빠가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는 절규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97년 외환위기로 공부를 중단할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뜻 있는 이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유명한 교수나 학자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면서 “중소업체나 영세 사업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노동조건과 고용문제 등을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현장 연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