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前 주한 美대사-대북정책 특별대표 보즈워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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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北核해결” 워싱턴의 비둘기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3일(현지 시간) 미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2013년 말부터 전립샘암으로 투병해 왔으며 2014년 초 암 수술을 받은 뒤 몸무게가 10kg 이상 빠져 부쩍 수척해진 상태였다. 유족은 부인 크리스틴 씨와 2남 2녀.

고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2009년 2월∼2011년 10월)를 지내며 대북정책을 총괄했다. 1995년부터 2년 동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초대 사무총장을 맡아 경수로 협상을 이끌면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97년 11월부터 2001년까지 주한 미대사를 지내며 대북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와 대북 강경책을 폈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사이를 조율했다.

느릿느릿한 말투로 유명했던 그는 워싱턴 외교가에서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로 통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것이라면 그의 신조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한 발짝 더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도 그와의 대화에 자주 응했다. 대북정책특별대표 시절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세 차례 회담했다. 지난해 1월엔 민간인 신분으로 싱가포르에서 이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나 얼어붙은 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애썼다. 당시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나를 통해서라도 워싱턴 분위기를 탐지하고 싶어 했다”며 얼어붙은 북-미 관계를 안타까워했다.

보즈워스 전 대사는 2014년 4월부터 1년여간 동아일보 ‘세계의 눈’ 칼럼 필진을 맡았다. 지난해 7월 건강과 각종 일정 등의 문제로 기고를 중단하기 전 “참고하라”며 자신의 대북정책 비전을 담은 글을 기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 글에서 그는 “한미 양국이 북핵 위기에 일종의 불감증이 생겼다”며 “북핵을 마냥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한미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이어 “이제라도 접근법을 바꿔 북한 내부 권력 체제의 불안정성을 감안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 안목을 갖고 북핵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미국도 노력하겠지만 이는 결국 한국의 몫이며 박근혜 정부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직업외교관 출신이지만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 터프츠대 플레처대학원 학장을 지내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던 그는 지난해 10월 하버드대 산하 한국학연구소가 주최한 ‘전직 주한 미대사 초청 토론회’에도 참석하는 등 투병 중에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만난 기자에게 “내가 할 수 있고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 (남은 수명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편하게 임하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보즈워스 전 대사는 한미동맹 발전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과 기여를 해주셨다”며 애도했다. 주한 미대사관은 6∼8일 오후 시간대에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센터에서 조문객들을 맞기로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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