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의료 등 전문분야도 ‘유튜브’로…지식공유 크리에이터의 성공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7일 17시 34분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 길이의 영상이 새로 공유된다. 크리에이터들의 생존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지식공유’다. 단순히 오락적 요소를 넘어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전문지식 정보를 얻으려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법률, 의료, 경제 등 전문분야에서 크리에이터에 도전장을 던지는 전문가들또한 줄을 잇고 있다. 유튜브 자체가 하나의 ‘지식공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17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구글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 크리에이터에 뛰어든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났다.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들에게 ‘지식공유 크리에이터’로서의 성공전략을 들었다.

●숱하게 받아 온 질문들, 영상으로 쉽고 편하게

평소 전문지식과 연관해 주변 지인들의 숱한 문의를 들어왔던 이들은 보다 편하고 쉬운 설명 방식을 찾다 영상 콘텐츠에 도전하게 됐다. 과학 채널 ‘과학쿠키(19만여 명 구독)’의 운영자 이효종 씨(30)는 “(과거) 고등학교 물리 교사 일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리를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수업자료로 학생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2006~2012년 대법관을 지냈던 법률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의 박일환 변호사(68)는 “어린 손녀딸도 유튜브라는 말은 알더라”며 웃고는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는 것보다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쉽다는 딸의 제안에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3분 길이의 짧은 영상에 ‘진실을 밝히기 위한 비밀 녹음 정당한가?’ 등 법률적 쟁점을 다루는 차산선생법률상식은 현재 2만4000여 명이 구독하고 있다.

콘텐츠 소재 또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에 맞춘다는 설명이다. 전직 은행원으로서 금융 채널 ‘댈님’을 운영하는 김지아 씨(36)는 “인터넷 검색이나 재테크 카페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주로 궁금해 하는 소재를 찾는다. 최근에는 구독자가 늘면서 메일이나 댓글로 질문해오는 것들을 영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4만7000여 명이 구독하는 이 채널은 시청자들의 재무상담을 해주는 일명 ‘내월급을부탁해’ 영상이 화제가 됐다.

전문의 3명이 운영하는 의학 채널 ‘닥터프렌즈(23만여 명 구독)’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35)는 “그동안 진료실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환자에게 말했다면 유튜브를 하면서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조현병, 게임중독 등 최신 이슈 등도 좋은 콘텐츠 소재가 된다는 설명이다. 의학드라마 속 수술 장면 등을 보며 평가하는 영상의 경우 17일 현재 조회 수가 110만 건이 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 정보를 주로 다루다보니 내용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 박 변호사는 “사회 변화에 비해 법은 늘 늦다. 그렇다보니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이 붙기 마련이다. 최신 이슈를 다루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 전문의는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정확한 의료정보의 전달이다. 자극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기존 연구결과를 활용하면서 단정적인 표현은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좋은 장비보다는 좋은 콘텐츠에 힘 쏟아야”

크리에이터 활동은 삶의 큰 전환점이 됐다. 박 변호사는 “시대가 바뀌면 판례 또한 바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를 하며 과거 법관 시절 내가 한 판결이 옳았을까를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 정도로 에너지도 많이 얻는다. 주변 지인에게도 유튜브를 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댈님을 운영하는 김 씨는 “은행원으로 일하다보면 아무래도 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보게 되는데 지금은 금융사의 경계 없이 더 도움이 되는 상품을 살펴보게 됐다. 좀 더 쉽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닥터프렌즈는 크리에이터 활동을 통해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들의 도전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과학쿠키의 이 씨는 “현재 물리학사(史)를 주제로 한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화학사, 생물학사도 함께 다룰 계획이다. 현장의 과학자, 연구원 등을 계속 연결하면서 과학채널하면 떠오르는 채널로 인식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껏 판례를 위주로 영상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법원, 검찰, 변호사 등 사법제도의 설계에 대한 의견을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채널 댈님의 경우 ‘6개월 안에 1000만 원 모으기’ 등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전했다. 닥터프렌즈의 오진승 전문의(33·정신건강의학과)는 “조회수 100만 건이 넘는 영상도 스마트폰에 9000원 짜리 마이크를 써서 촬영했다. 좋은 장비보다는 좋은 콘텐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댈님의 김 씨는 “월급 재무상담에 공감하는 댓글이 많은 걸 보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주변인들이 얼마를 벌고 어떻게 쓰는지를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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