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서구에서 유입된 정치사상을 단순히 정리하거나 번역 소개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 책은 우리 학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구성한 최초의 서양 정치사상사라는 것에 의미가 크다.
전화기가 없던 시대와 스마트폰이 소통을 지배하는 현재를 비교하면 문명의 수준 차이는 엄청나다. 그러나 인간의 도덕적 가치나 지혜는 꼭 다르다고 할 수 없다. 발전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인간의 가치, 좋은 삶과 좋은 정치에 대한 기대와 추구는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인간의 역사는 보다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가 과거의 지혜나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고대 정치는 지혜와 덕을 강조했고 인간을 목적으로 대했다. 그러나 중세는 정치권력화 한 교회가 권력을 휘두르며 인간성을 유린한다. 이후 인간의 현세적 삶에 주목하는 르네상스가 등장하고, 인간의 이성과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기점으로 근대가 시작된다.
그러나 희망과 기대를 지속시키지 못하면서 다시 고대와 중세의 정치사상에 눈을 돌리게 된다. 여기서 사람들은 도덕적 인간관과 사회관이 근대의 정치사에서 새롭게 나타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사상 학자 14명은 이런 서양 정치사상사를 14개의 장으로 나눠 성찰했다.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에서 제국의 시대로의 이행기, 교회 중심의 중세, 르네상스로 크게 나누고, 각 시대의 핵심 사상가 10명(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단테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정치적 삶을 분석했다.
한국의 현대 정치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양 정치사상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 변화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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