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밀어내고 2010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250만부) 책이 번역 출간됐다. 국내서도 출간 보름 만에 15쇄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숨이 찰 정도로 길다. 고교 야구부와 피터 드러커, 여자매니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몇 페이지만 넘겨보면 ‘아 이거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된다.
도쿄 도립 호도고 2학년 가와시마 미나미는 몸이 아픈 단짝 친구 유키를 대신해 매니저로 야구부에 들어간다. 일본 고교야구의 매니저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야구부 운영을 돕는 보조원’ 정도. 호도고 야구부는 만년 꼴찌 팀이다. 20년 전 딱 한 번 고시엔대회(전국대회) 16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매니저의 할 일에 대해 고민하던 미나미에게 서점 직원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권한다. 단순한 매니저 지침서 정도로만 알고 구입한 책은 알고 보니 기업경영 지침서. 미나미는 실망했지만 비싼 책값이 아까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차츰 책에 매료된 미나미는 야구부에도 기업경영 이론을 적용시켜보기로 결심한다. 미나미는 피터 드러커의 지침을 하나하나 야구부에 접목시키며 팀을 서서히 변화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팀의 재건에 위기가 닥친다. 감독은 부원들과 의사소통을 거부하고, 부원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한다. 고민하던 미나미는 피터 드러커의 지침대로 ‘고시엔 진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운 뒤 인사를 통해 팀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킨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부원들. 야구부는 조직력을 갖추고 점점 이기는 경기를 하게 된다.
마침내 고시엔 지역 예선에 출전해 명문고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승승장구하는 호도고 야구부. 그러나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팀에 또 한번 큰 위기가 닥친다.
복잡한 경영학 입문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재미만 추구하는 성장소설도 아니다.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마케팅, 이노베이션,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책을 한번 잡으면 마지막장을 넘기기까지 절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264쪽/ 1만2000원/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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