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우리집 문제네요. 다만 제 경우는 머리카락을 치우지 않는 쪽이 아내라서….”
배심원 고승덕변호사의 변. 아내의 ‘버릇’을 고치려 한달간 부인의 머리카락 뭉치를 ‘보란듯이’ 욕조 위에 전시한 적도 있었던 고씨. 아내는 ‘끝까지 외면’.
“졌다, 졌어.”
이선애주부. 심미경씨와 같은 이유로 남편과 갈등하다 치약말이 기계를 5천원에 구입. 치약을 거꾸로 매달아 레버를 돌려 짜도록 고안된 이 기계로 튜브 중간부터 짜고 싶은 남편의 ‘참을 수 없는 습관의 가벼움’을 분쟁없이 해결. 머리카락은 휴지로 싸 목욕탕 구석 ‘고정장소’에 모아두기로 절충.
배심원 평결의 초점은 머리카락을 줍는 것이 ‘사랑’의 문제냐 아니면 ‘습관’의 문제냐는 것.
이상은씨는 “나쁜 습관”이라며 “머리카락을 대신 처리하려 하지 않는 아내의 사랑을 의심할 게 아니라 간단한 일조차 안하는 남편의 사랑을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 반면 이혜승주부는 “사회활동에 바쁜 남편을 위해 그 정도 ‘서비스’ 못하겠느냐. 남편의 것이라면 머리카락조차 사랑스럽다”며 전통적 여인상을 과시.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고매함’과 ‘너저분함’이 한데 엮일 수 있는 것은 ‘사랑’보다 무서운 ‘그놈의 정 때문’이 아닐까.
〈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