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둘째아이 갖고 싶은데…

  • 입력 1998년 1월 21일 20시 15분


▼ 아내 생각 ▼ 김순영 (33·전업주부·경기 과천시) 드디어 아이낳기 논쟁 ‘2라운드’에 돌입했어요. 남편은 연애시절부터 아이 낳지말고 우리만의 사랑을 간직하자고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아이를 갖고 싶더군요. “나도 여자임을 느끼게 해 줘.” “우리를 닮은 아이를 낳자”며 남편을 설득한 끝에 96년 3월 결혼 3년만에 윤호를 얻었어요. 첫 애를 키워보니까 둘째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서더군요. 사랑하는 윤호가 혼자 자라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의지하며 자랄 형제자매가 없는 건 너무 큰 불행이에요. 가정은 아이가 사회에 처음 눈뜨는 곳이에요. 독불장군처럼 자라면 좋은 성격을 갖기 어렵거든요. 형제끼리 어울리고 싸우고 뒹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를 배울 수 있어요. 응석도 심해져 저와 남편은 아이한테 계속 붙어있어야 해요. 함께 놀 동생이 가장 필요한 거죠. 친정엄마도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그만 낳으라고 해요. 하나만 키우면 부부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너무 이기적이 아닐까요. 훗날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윤호가 의지할 피붙이 하나 없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둘째는 ‘가질 수도 있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해요. ▼ 남편 생각 ▼ 서진석 (33·나우콤 대리) 아이 낳을 때 ‘제 밥그릇은 타고난다’는 말은 농경사회 때나 맞는 얘깁니다. 둘째를 다시 갖는다면 양육비 교육비가 두 배 필요합니다. ‘애가 많을수록 좋다’는 너무 무책임한 말이죠. 낳고도 책임지지 못하는 부모보다는 한 자식이라도 애정을 쏟아 잘 키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저도 능력만 된다면 애를 많이 갖고 싶어요. 애 하나만 자라면 인성교육에 큰 지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물론 8남매 중 막내인 저도 형제간의 우애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1인 자녀 가족을 위한 ‘대안 교육’도 많습니다. 동네 친구나 어른 등 지역공동체와 어울리도록 도와주고 여행이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할 겁니다. 게다가 윤호에겐 21명의 사촌형제들도 있어요. 앞으로는 자녀를 가진 친구들끼리 함께 살면서 아이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가족공동체’를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주위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신사랑방문화’를 윤호에게 일깨워줄 겁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하듯 부모에게도 엄연히 나름대로의 삶이 있습니다. 부모도 계획을 잘 세워 중장년의 나머지 인생도 보람차게 살아야죠. 둘째를 가지면 저와 아내는 계획을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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