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신부 ▼
유소영(27·아미가호텔 비서실 근무)
오는 4월 25일 7년간 사귀어온 성준이와 드디어 ‘한식구’가 된답니다. 참, 동갑내기라 ‘성준아’하고 부르던 호칭도 이제는 바꿔야겠죠.
혼수나 예물은 최소한으로 하기로 했어요. 결혼반지는 부모님이 갖고 있던 작은 다이아몬드를 세팅해서 나눠 끼기로 했죠. 귀고리 목걸이 세트나 커프스버튼 세트 같은 것은 아예 생략하기로 했어요.
문제는 예물시계에서 생겼어요. 환율이 폭등하면서 결혼예물용 외국브랜드 시계의 값이 껑충 뛰었거든요. 남녀시계 한세트에 2백만원이던 것이 이제는 3백만원 이상 줘야 한대요. 성준씨는 국산 예물시계로 하자는데 싸다지만 개당 30만∼40만원, 세트로는 1백만원 가까운 돈이 들더라고요.
결혼을 계기로 없던 시계를 장만하는 때는 아니잖아요. 제 생각에는 결혼예물은 반지만 교환하고 예물시계비용은 부모님에게서 받아 예금해 뒀다가 중후한 시계가어울리는 30대 중반쯤, 달러화도안정됐을 때 마음에 드는 걸로 마련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결혼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격을 낮춰서 흡족하지도 않은 시계를 살 필요가 있을까요.
▼ 예비신랑 ▼
홍성준 (27·㈜쌍방울 지·에프주임)
“누구는 몇 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받았다더라”고 불평하는 여자도 있다는데 예물에 별 관심없는 소영이가 무척 고마워요. 사람하나는 잘 골랐다니까요.
3형제 중 둘째지만 형을 제치고 하는 첫번째 결혼이라 부모님은 ‘남 하는 만큼 다 해주겠다’고 생각하셨더군요. 하지만 간소하게 치르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해해 주셨어요.
시계문제만큼은소영이와 생각이 달라요. 아무리간소하게 하더라도 기본예물인시계를빠뜨리는 것은 왠지 찜찜하네요. 부모님도 서운해 하실 것 같아요. 결혼한 뒤 새 시계를 차고 회사에 나가서 동료들에게 ‘척’도 해야죠.
부담스러워서 평소에 차지도 못하는 외국브랜드 예물시계를 사는 것은 반대입니다. 대신 30만∼40만원대 국산 예물시계로 하면 어떨까요. 예물비용을 예금해 뒀다가 나중에 장만한다는 것도 그렇죠. 생활에 찌든 30대 중반에 비싼 시계를 살 수 있겠어요. 처음에 싸게라도 마련하는게 낫죠.
좋은 시계라고 어디 10년 이상 차게 되나요. 세련된 디자인의 국산시계를 예물로 하고 30대에는 그때 어울리는 시계로 또 사서 차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