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영 (28·대우자동차연구소 연구원)
저와 혜원이는 원래 친구 만나길 좋아해요. 저도 잘 아는 아내 친구라면야 왜 자리를 피하겠어요.
물론 제가 없으면 혜원이가 못내 서운해하겠지요.
하지만 아내 친구와 제가 잘 모르는 사이인데 만나면 양쪽 다 불편한 게 사실 아닙니까.
예전에 딱 한번 아내 친구들과 세 시간 가량 보낸 적이 있어요. 농담도 하며 모임에 끼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아내와 친구들끼리 옛날 얘기를 하며 더 즐거워하더군요. 오히려 제가 방해만 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술 더 떠 친구들이 돌아가며 제게 “잘 모르는 얘기만 해서 죄송해요”라고 한마디씩 하더군요. 저도 덩달아 “재미있게 못해드린 것 같아 미안합니다”고 말할 수 밖에요. 아내도 제게 미안해 했고요. 왜 이래야만 합니까.
그 때 결심했죠. 아내가 친구들과 만나 놀 때는 절대 방해하지 않기로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가 잘 모르는 제 친구를 만날 땐 아내를 부르지 않고 집 밖에서만 모입니다. 혜원이가 어색해 할 게 뻔하니까요.
아내 남편 가릴 것 없이 친구를 만날 때는 그만큼 재미있게 보내야지 형식에 얽매여선 안된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 아내생각 ▼
이혜원(25·주부·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결혼한 지 1년 남짓. 맛있는 음식도 자주 만들어주고 다정다감한 항영씨가 늘 고마워요. 둘이 함께 있을 땐 너무 잘 챙겨주고 도와주는 그이가 친구들만 집에 온다고 하면 “편하게 놀아라”는 말을 남긴 채 훌쩍 자취를 감추죠. 시간은 얼마나 잘 맞추는지 친구들이 돌아갔다 하면 ‘짠∼’하고 나타나고요. 그이가 제 친구들과 있을 때는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말수도 적고 무뚝뚝해지더군요.
여자들이 말도 많고 남자 입장에서는 낯선 자리라 어색하다는 것은 이해해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 만큼은 항영씨가 곁에 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남편 모임에 참석하려고 노력하고요. 여자라면 누구나 친구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내 남편이 이렇게 멋져’라고 자랑하고픈 욕심이 다 있잖아요. 심지어 제 친구들 중엔 항영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물론 항영씨도 저를 배려해 저와 안면이 없는 친구는 집에 데려오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늘 자기 편한대로만 살아갈 순 없잖아요. 저와 항영씨가 관점은 다르더라도 서로 좀더 배려하고 맞춰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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