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살쪘다고 눈치주는 남편

  • 입력 1998년 7월 1일 19시 40분


▼아내생각▼

승금현(25.에버랜드 판촉1팀)

96년 신입사원 교육을 받다가 연수원에서 남편을 만나 올 1월초 결혼했어요. 맞벌이라 같이 보낼 시간이 적어서 아침식사만은 반드시 같이 하기로 했죠. 처녀시절과는 달리 새벽 5시에 일어나 전날 지어놓은 밥과 국으로 아침식사하길 한번도 거르지 않았어요. 입에 대지않던 고기 과자 아이스크림도 남편따라 먹게 되더라고요.

4월이었어요. TV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남편에게 한숫가락 달랬더니 숫가락끝에 조금 묻혀 주면서 “적당히 먹어”라고 넌지시 한마디 하더라고요.

한번은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보더니 “당신 예전같지 않아”라고 하질 않나, 잠자리에 들기 전 발목을 붙잡고 ‘강제로’ 윗몸일으키기를 시키질 않나. 지난달 초 신혼여행 후 처음으로 발등에 저를 태우고 블루스를 추다가 남편이 불쑥 “무겁다. 내려!”라고 하는 거 있죠.

헐렁하던 처녀 적 옷들이 팽팽해진 걸 보고 ‘2∼3㎏쯤 늘었겠구나’ 싶어 저도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봐야 아직 50㎏도 안되거든요. 결혼한 다음에는 ‘겉보기’보다 ‘건강’이 제일 아니겠어요. 사소한 일로 ‘눈치’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남편생각▼

이우석(28.삼성카드 영업지원실)

연애시절 ‘간만에’ 고기로 배 좀 채우려고 함께 삼겹살집에 간 적이 있어요. 아내가 한점도 입에 대지 않아 조금은 섭섭했죠. 그런데 웬걸….

결혼후 저를 따라 고기맛을 배우더니 이제는 토요일 저녁이면 고기를 사놓고 기다려요. 안하던 군것질도 슬슬 따라하더니 어느날엔가부터 전과 달리 ‘탄탄한’ 몸매가 눈에 띄더라고요.게다가 욕실 바로 앞에 체중계를 놔두고도 단 한번을 올라서지 않더라고요.

조금씩 불어가는 아내의 ‘살’.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자의 외모에 대한 기준이 좀 높은 편이거든요.

저라고 찔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죠. 어쩌다 아내를 놀리면 “당신의 ‘배둘레햄’은 어떻고”라며 불어난 저의 뱃살을 문제삼고 나옵니다.

하지만 허리가 1인치쯤 늘긴 했어도 1m84에 76㎏. 아직 마른편이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것 압니다. 저도 세끼 식사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밥을 줄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군것질을 줄이고 나름대로 몸매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애정어린 경고’를 계속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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