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정(31·기업은행 신문로지점·서울 평창동)
입사동기인 남편과 5년전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친인척, 회사 동료에 이르기까지 대소사를 빠짐없이 챙기는 편이예요. 그러다보니 생활비 중 반 이상이 경조사비로 들어갈 때도 있답니다. 물론 집안일도 잘 도와줍니다.
보통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면 시부모님께 약 15만∼20만원의 용돈을 드리고 옷도 선물합니다. 또 작은댁이나 외가에도 구두상품권을 3,4개씩은 돌리지요. 제 친정 부모님께도 과일바구니와 함께 용돈을 드리다 보면 총 비용이 70만∼80만원에 이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임금 삭감으로 우리 부부의 수입이 총 40% 정도 줄었습니다. 또 예년에 나오던 추석보너스도 반으로 줄었고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챙겨주던 ‘참치세트’ 등 선물도 뚝 끊어졌어요. 어려운 시대 선물의 규모부터 줄여야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부모님께 제사에 필요한 현금만 드리고 선물은 생략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참, 저희는 5개월전 딸을 낳았어요. 딸이 귀한 집이라 시부모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셨죠. 아기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예쁘게 포장해서 드리는 것도 좋은 추석 선물이 되겠죠?
▼남편생각▼
이효상(34·기업은행 남대문지점 대리)
요즘 분위기에서는 자식들이 직장 잘 다니고 건강하게 고향집에 찾아가는 것만도 큰 효도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장남인데다 집안의 실질적인 장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이나 친척 조카 등 챙겨야할 사람들이 많지요.
제 고향은 전남 함평이라 1년에 한두번 찾아뵙게 됩니다. 오랜만에 찾아가면서 빈손으로 간다는 것은 여간 쑥쓰러운 일이 아니지요. 현금으로 드릴 수도 있지만 ‘돈으로 때웠다’고 비칠 것같아 조심스러워집니다. 나이드신 부모님은 자식이 사온 선물을 이웃에 자랑하는 것도 기쁨이거든요.
보통 부모님께는 옷이나 건강식품류, 구두상품권 등을 준비해갔지만 처가에는 과일바구니 정도만 선물해왔기 때문에 아내나 처가에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모님께 아이들을 맡기는 등 신세를 많이 졌으니 이번에는 처가에도 좀더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물론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부터 술값을 줄이고 생활비를 절약한다면 고마운 분들께 ‘작은 정성’을 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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