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원(37·㈜신원 해외사업본부 차장)
결혼전까지 계속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었죠. 습관이 된 탓인지 결혼 후에도 아침에 뜨뜻한 국물과 함께 밥을 먹지 않으면 출근해서 일을 못합니다.
3년전 아내에게 “아침에 녹즙을 먹고 싶다”고 한 적이 있어요. “밥을 먹든지 녹즙을 먹든지 택일하라”는 아내의 말에 넉달간 녹즙에 빵을 먹고 출근했지요. 당시 아침이면 허전한 느낌에 회사지하 분식점에 가서 꼭 김밥이나 칼국수를 사먹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먹기싫어 안먹고 오는 사람도 많지만 오전8∼9시에 지하 분식점에 가보면 아침밥을 못(?)얻어 먹고 온 듯한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회사에서 “업무에 지장이 있으니 출근 후에는 아침식사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질 정도니까요.
‘신혼초에는 밥을 먹었는데 어느날 슬그머니 빵으로 바뀌더니 아예 없어지더라’ ‘곤히 자는 아내를 어떻게 깨우느냐’는 말을 주위에서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 시대. 남자들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밥을 달라’고 말이죠.
▼ 아내생각 ▼
임혜성(33·주부·서울 양천구 목동 우성아파트)
결혼한지 9년째.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하는 체질’이라는 남편을 위해 매일 아침 압력솥으로 새로 밥을 짓고 국을 끓입니다. 저녁에 먹다 남은 찌개도 있지만 ‘같은 국은 한끼 외에는 먹지 않는다’는 남편의 식성에 콩나물국 무국 미역국 등을 새로 끓이죠.
남편은 오전 8시까지 회사에 출근하기 때문에 저는 6시부터 일어나 준비합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챙겨주려면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한동안 남편을 설득해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본 적이 있었어요. 버터를 발라 구운 빵에 신선초 케일 등 야채와 과일을 곁들여 먹었죠. 편리하기도 하고 영양소와 칼로리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은 어차피 ‘국물있는 밥’을 차려줘도 반공기 정도 밖에 안먹거든요. 아이들은 빵이나 시리얼도 잘먹기 때문에 남편만 좋다면 아침의 부산함은 한결 줄어들 것 같아요.
주변에 물어보니 아침밥하는 집은 거의 없더라구요. 게다가 아침에 입맛이 없으니 “생선을 구워달라” “계란찜을 해달라”며 반찬투정까지 하는 남편. 혹시 간 큰 남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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