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희(35·주부·서울 동작구 사당3동)
여고시절부터 알고지내던 남편과 결혼한지도 8년이 돼 가네요.
초등학교 1학년인 맏딸 단경이 보영(4)과 응백(2) 두 동생을 돌봐줘 요즘은 아이들을 집에 두고 혼자 장보러 나갈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세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올 때면 혹시 개구쟁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입니다. 휴대전화가 있으면 훨씬 안심이 될 거예요. 무슨 일이 생기면 똑똑한 단경이 언제든지 엄마한테 전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남편은 “가정주부가 무슨 휴대전화냐”며 면박을 줍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가족을 뒷받침해야하는 주부야말로 휴대전화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여름 남편이 근무 중 급히 인감증명이 필요한 적이 있었죠. 제가 장보러 나가있는 바람에 연락이 되지 않아 남편이 애를 먹었답니다. 휴대전화가 있었더라면 금방 해결됐을 텐데요. 또 단경이 용인 민속촌이나 서울의 몽촌토성 등으로 학교 현장학습을 나갈 때 저도 함께 가는 데 이때도 휴대전화가 있으면 좋을 거예요.
적당히 쓰면 한달에 2만5천원 정도 나온다는데 주부라고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정보화시대의 또다른 성차별이 아닐까요.
▼남편생각
김규식(35·한국PC통신 경영지원본부대리)
아내는 휴대전화를 갖게 되면 꼭 필요할 때만 쓰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춰보면 그렇지 않은데도 무심결에 휴대전화를 쓰는 수가 많아요. 공중전화나 다른 전화가 있는데도 그냥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는 거죠.
또 여자들끼리 전화하다보면 통화가 길어지기 십상입니다. 휴대전화는 계속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통화하기도 편하죠. 그렇면 불필요한 통신료가 많이 나올거예요.
주부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면 남편이나 아이들과 연락이 잘 돼 가정에 더 충실해질까요? 아마도 나다니는 시간이 늘어날 겁니다. 휴대전화를 믿고 ‘급하면 연락이 오겠지’라고 안심하고선 기분에 따라 돌출적인 행동도 하고 집에 더 늦게 들어올 수 있겠죠. 가정에 충실하려면 휴대전화가 없는 게 나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는 걸 무슨 자기과시의 수단처럼 여기는 수가 많습니다. 괜히 사람들 앞에서 한번 꺼내 사용해 보는 거죠. 휴대전화가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휴대전화를 쓰면 전자파에도 많이 노출된다는데 아내가 휴대전화를 갖고다니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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