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숙<28·주부·서울 송파구 방이동>
"가계부 썼느냐?”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서 하는 첫마디예요. 유난히 살림에 관심이 많은 남편에 대해 처음엔 ‘자상하고 성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결혼 전에 저는 메모하는 수첩에 수입지출을 기록하는 식으로 가계부를 써왔어요. 나름대로 ‘한 알뜰’한다고 자부해 왔는데 남편에 비하면 어림도 없습니다. 쇼핑할 때 최소한 10군데를 들르는 남편 때문에 절대로 같이 쇼핑을 안갈 정도니까요.
가끔씩 있는 남편의 가계부 ‘불심검문’. 잔액이라도 조금 틀리면 저녁밥 먹으면서 내내 잔소리를 들어야합니다. 또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뭔가 줄일 것이 없나 살펴보는 것이 남편의 취미지요. “시외전화 좀 줄여라” “시골에 너무 자주가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땐 서운하기도 합니다.
제 살림솜씨가 못미더워 통장도 맡기지 않는 남편. 가계부는 수단일 뿐이지 더 중요한 것은 절약하고 저축하는 습관 아닌가요. 달마다 살림규모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종이에 중요한 것만 메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남편생각▼
김영돈<30·쌍용정보통신 인터로드 영업팀>
1년전 친구소개로 만난 아내와 석달전 결혼했습니다.
총각시절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쓴 가계부 덕택에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결혼자금 마련과 취미생활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PC통신에서 다운받은 ‘다람쥐’란 프로그램(저축추진중앙협의회 제작)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숫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월별, 연별 통계가 나오고 항목별로 그래프까지 볼 수 있어 재미도 느낄 수 있지요.
결혼하면 당연히 아내에게 가계부를 넘기고 저는 용돈만 받아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계부 인수인계가 쉽지 않더군요. 가계부 월말 잔액이 40만원이나 누락된 적도 있어 3개월이 넘도록 예금통장과 가계부를 직접 체크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도 닦달하니까 아내가 장을 보면 꼭 영수증을 받아오는 버릇이 생기더라구요.
아내의 씀씀이가 헤픈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조건 아낀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요.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도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것처럼 가정도 수입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는 필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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